안희환 자작시

그를 따라/ 안희환 시인

안희환2 2016. 11. 1. 14:02

그를 따라/ 안희환 시인

 

그가 보여준 삶의 흔적

조금이나마 닮고 싶어 따라간 길

좁고 험해 숨이 거칠어진다.

내쉰 숨을 다시 들이키기 버거워

눈물 글썽이며 산을 본다.

 

그렇겠지.

그냥 누구나 쉽게 가는 거라면

닮고 싶어 하지도 않았겠지.

구태여 따라갈 이유도 없겠지.

 

그의 얼굴이 빛난 반면

그의 발이 엉망이었던 걸 봤지.

좁고 험한 길을

먼저 걸어봤던 사람만이 비로소

가질 수 있는 상처투성이 발.

 

지금도 종종 머뭇거리고

때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가 보여준 삶의 흔적

내게도 조금이나마 남기고 싶어

그 길을 걷고 또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