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따라/ 안희환 시인
그가 보여준 삶의 흔적
조금이나마 닮고 싶어 따라간 길
좁고 험해 숨이 거칠어진다.
내쉰 숨을 다시 들이키기 버거워
눈물 글썽이며 산을 본다.
그렇겠지.
그냥 누구나 쉽게 가는 거라면
닮고 싶어 하지도 않았겠지.
구태여 따라갈 이유도 없겠지.
그의 얼굴이 빛난 반면
그의 발이 엉망이었던 걸 봤지.
좁고 험한 길을
먼저 걸어봤던 사람만이 비로소
가질 수 있는 상처투성이 발.
지금도 종종 머뭇거리고
때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가 보여준 삶의 흔적
내게도 조금이나마 남기고 싶어
그 길을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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