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선생님을 무릎 꿇린 여중생들의 패륜/ 안희환

안희환2 2012. 5. 21. 22:25

선생님을 무릎 꿇린 여중생들의 패륜/ 안희환

 

 

http://christianview.kr/news/view.html?section=79&category=90&item=&no=456

군사부일체라는 무너졌다고 하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군사부일체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임금과 스승과 부모를 똑같이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대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달라진 것이다. 지금 세상은 지도자라고해서 존경하지 않는다.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기는커녕 몸에도 손을 댄다. 부모를 귀찮은 짐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너져버린 이 나라의 도덕은 복구될 줄을 모르고 있다.

최근에 교장 선생님 한 분과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별히 스승의 날이 있었고 해서 요즘 학교 분위기가 어떤지를 물었다. 스승의 날이 되어도 자축하는 정도로 끝낸다는 말을 들었다. 스승인데 선물 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느냐고 질문했는데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어떤 학부모의 경우 자신이 선물을 주고는 곧바로 인터넷에 부정적인 내용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획일적으로 선물을 받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 학교 분위기인지라 우리 집 역시 스승의 날에 학교 선생님들에게 작은 선물 하나도 드리지 못한다. 아내가 하는 말이 작년에 작은 아이의 선생님에게 선물을 가져다드렸다가 마음만 안 좋아졌었다고 한다. 선물을 거절하는데 마음 상하게 거절한 모양이다. 그 선생님에게 혹시 좋지 않은 기억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 후로 아내는 학기가 다 끝날 무렵에 선물을 드린다고 했다. 그 때는 학생과 갈리지는 때라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기사를 보았다. 중학교 여학생들이 선생님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했다는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과학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중력의 원리를 가르치는 수업을 진행하다가 몸집이 뚱뚱한 학생 1명과 왜소한 학생 1명을 교실 앞으로 불러냈다. 두 학생이 서로의 손을 당기도록 했고, 몸집이 왜소한 학생이 뚱뚱한 학생에게 딸려가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그로 인해 뚱뚱한 여학생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상황에서 한 학생이 일어나 선생님에게 사과하라고 다그쳤고 다른 학생들도 동조하여 선생님에게 무릎을 꿇고 빌라고 다그쳤다. 당혹스러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선생님이 무릎을 꿇고 뚱뚱한 학생과 반 학생들에게 사과했으며 그 소문이 학교 내는 물론 학생들을 통해 학부모들에게까지 알려졌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실수한 면이 있었다고 해도 학생들이 선생님을 무릎 꿇게 한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얼마나 선생님의 존재가 가벼우면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교육이 무너진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무자격의 선생님들이다. 아이들을 사랑하거나 바로 지도할 생각을 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지금도 있다. 내가 학생일 때도 그런 선생님들이 없지 않았다. 학생들의 실력과 인격을 키운다는 자부심을 잃고 밥벌이로 몰락한 선생님들은 교권이 무너진 상황에 대해 할 말이 없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학생 인권만 강조하는 진보적인 교육감들이다. 학생들이 이유 없이 고통을 겪거나 상처를 입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 학생들은 분명한 판단력을 드러내기에는 어린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어른들의 보호와 통제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을 제어할 틀을 다 부셔놓고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을 돌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뭔가 손 쓸 도리가 없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게 된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학부모들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학생들을 가장 많이 망가뜨리는 존재들이 학부모들이다. 자기 자식 귀한 줄만 알지 선생님들 알기를 우습게 아는 학부모들의 태도가 학생들로 하여금 선생님을 존경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조금만 언짢은 일이 있으면 학교로 쪼르르 달려가 선생님들을 망신 주는 학부모들에게서 어떻게 좋은 학생이 나올 수 있겠는가?

학생들은 학생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들이 곧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패륜적인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학생들이라면 이 나라의 장해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 나라의 교육은 총체적으로 중병을 잃고 있다. 너나 할 것 없다. 책임전가 할 것도 없다. 국민 모두가 책임감을 느끼고 잘못을 바로 잡아나가지 않는다면 백년대계는 비참함으로 귀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