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의 김용민 교수에게 상을 주고 싶겠다/ 안희환
.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갈등은 한두 해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한 나라 안에는 보수와 진보다 둘 다 있어야 하며 서로 경쟁도 하고 견제도 하면서 정치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수 일변도 이거나 진보 일변도이서는 더 부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로 감시도 하고 비판도 하고 그 과정에서 가지치기도 하면서 부패를 줄어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
문제는 우리나라의 진보가 종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는 아니다. 일부가 그렇다. 심각한 현상은 건전한 진보 진영이 종북적인 진보 진영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 때나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제대로 의사표현을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나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과감한 비판의 말 한 마디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고.
.
묘한 것은 그런 진보 진영에 많은 젊은이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 요인은 먼저 보수층의 무능력과 부패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똑바로 하면 지지해줄 수 있을 텐데 하는 게 영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이니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기득권층만을 위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 아직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젊은이들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또 하나의 요인은 전교조의 활동이다. 전교조는 그 동안 학교 안에 파고들어 어린 학생들의 생각을 죄편향으로 물들게 했다. 아직 역사와 현실을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전교조 교사들이 가르친 내용들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고 이제 시간이 지나 투표권을 가진 젊은이들은 진보 성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하나가 더 있다. 진보진영이 매스미디어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꼼수는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이지만 재미있는 나꼼수에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나꼼수 멤버들이 발간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나꼼수가 비난하는 대상은 젊은이들에게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이제 진보가 나라를 다 심키는 듯이 보였다.
.
이런 상황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나꼼수의 핵심 멤버이자 민주당 총선 후보인 김용민 교수의 막말과 욕설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성차별적인 발언, 노인 비하 발언, 특정 종교 비난 발언, 음란의 극치를 달리는 발언들이 사정없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김용민 교수에 대한 여론이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덩달아서 통합민주당의 지지도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는 궁지에 몰린 김용민 교수를 감쌌다. 김용민 교수가 이명박정부를 심판할 기회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날려먹을 위기를 초래했다는 자책감에 김용민이 많이 울었다고 전하면서 그래도 끝까지 간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끝까지 가는 이유가 김용민이 사퇴하면 ‘나꼼수도 여기까지구나’라며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안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오만함이 극치를 달리는 소리다.
.
반성은커녕 자신들이 젊은이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양 오만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했다. 관련 기사를 검색한 후 댓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아무런 판단 의식 없이 나꼼수를 맹종하는 사람들보다는 김용민 교수의 잘못과 그것을 감싸면서 오만하게 말한 김어준 총수에 대한 성토가 계속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김윤미(추천413)/ 이거 젊은사람들 무시하는 태도..아닌가?
그야말로 젊은사람들의 판단을 무시하는거잖아
잘못한걸 요상한거로 묶으려드네
젊은애들아 니들이 나이 훌쩍 많으신 노인분들과 다를게 뭐임?
.
김영성(추천194)/ 만약 새누리당에서 터졌으면 네이트 분위기가 어땠을까??
난 중도였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 정치이념을 알게 됐다.
적어도 당신들이 김용민쉴드 쳐주는 만큼 오히려표가 깎이고 있단건 알아둬라.
.
주은현(추천110)/ 나꼼수 니네들이 뭔데 우리를 대표하는거처럼
말하는데 진짜 웃기네 2030이 다 니네 찬양하고
있는걸로 생각하냐?
.
강용택(추천89)/ 김어준 얘기 들으면 젊은 층이 자기들 엄청 지지하는 줄 아나보네,
누구든 말로만 비난하긴 쉽다.......어떻게 행동해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껀데??
니들이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
김용민 교수를 품지도 못하고 내치지도 못하는 통합 민주당은 나꼼수 덕을 보려 했다가 도리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도덕성을 갖추지 못하면 진보든 보수든 외면당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아무튼 김용민 교수의 몰상식한 말로 인해 보수 진영은 큰 이익을 얻었다. 아마 보수 진영은 진보 진영이 김용민 교수를 계속 안고 가는 중에 또 다른 막말이 드러나길 바랄 것 같다. 큰 공을 세운 김용민 교수에게 상이라도 주고 싶은 심경일 것이다.
'안희환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들 덕분에 종북을 알게 됐다(이석기 김재연 임수경)/ 안희환 (0) | 2012.06.04 |
---|---|
선생님을 무릎 꿇린 여중생들의 패륜/ 안희환 (1) | 2012.05.21 |
비를 맞으며 말씀 듣는 사람들/ 안희환 (0) | 2012.04.04 |
오만하고 못된 시인들에게/ 안희환 (0) | 2012.04.03 |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허무는 이정희 대표(통합진보당)/ 안희환 (0) | 2012.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