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알, 긴 불알, 왕 불알?/ 안희환
언어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일 뿐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정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병합했을 때 언어를 말살시키려 했던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신을 무너뜨리려는 목적에서였다. 언어를 잃어버린 국민은 정신을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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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언어가 중요하다고 할 때 신경이 쓰이는 것은 남한과 북한의 언어가 점점 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어름보송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강아지는 강생이로, 고양이는 고앵이로, 꿩은 산닭으로, 망아지는 매지로, 고드름은 고조리로, 고등어는 고미이로 부른다고 한다. 서로 다른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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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이라고 생각되는 단어 형태도 있다. 전구다마를 불알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형광등은 뭐라고 부를까? 긴불알이다. 그러면 가로등은? 등이 크니까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왕불알이다.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어떤 분들은 재미있다며 웃었지만 그냥 웃고 말 문제는 아니다. 남한과 북한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북한 사람이 모르는 남한 말이 8000여개 정도라고 하는데 가면 갈수록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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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과 북한의 언어가 더 이질적인 특징을 드러내기 전에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즉 남과 북의 정신이 더 갈라지기 전에 통일이 되어야 한다. 지금도 남과 북은 너무 다른 정신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살아온 사람과 사회주의에서 살아온 사람의 사고가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는가? 온갖 자유를 누리며 살아온 사람과 혹독한 통제 속에서 살아온 사람의 생각이 어찌 같을 수가 있겠는가? 지금 통일이 되어도 서로 조화를 이루기까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물며 더 긴 세월 갈라져 있다가 통일이 된다면 조화가 더 힘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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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탈북자 한 명은 내가 중국에 갔을 때 중국에서 만났고 많은 사연을 겪은 후에 기적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문제는 한국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힘들어하다가 다시 중국으로 가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가슴 아픈 현상이 더 심화되기 전에 통일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의 지상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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