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해선 안 되는 부모 - "야단쳐서는 절대 못 고치고
아이의 의지만으론 어려워… 보듬어서 전문치료 받게해야"
게임중독 아이의 고백 - "정상생활이 불가능한 나, 인정하는 게 너무 싫었지만
상담사에 다 털어놓고 나니 마음 가벼워지고 진지해져"
주위에서 "훤칠하고 착하다"는 칭찬을 듣던 김군이 변한 것은 중2가 되던 해 아빠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사고로 아빠를 잃은 후부터였다. 김 군은 아빠의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학교도 가지 않고 친구도 만나지 않았다. 잠자는 시간만 빼곤 게임만 했다. 송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을 했고, 아들의 증상이 그렇게 심한지 몰랐다.
집을 나온 후 송씨는 아들이 두려웠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김군이 밤새 게임을 하고 잠든 낮시간에 살그머니 집에 들어가 밥상을 차려놓고 나왔다. 8일째 되던 날 집에 들어가자 자고 있어야 할 김군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당황한 송씨가 들고 있던 시장바구니를 떨어뜨리자 김군이 말했다. "같이 밥 먹어요. 엄마." 1년 반 만에 들어보는 "엄마" 소리였다. 송씨는 아들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김군은 엄마의 설득을 받아들여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 1주일에 두번씩 상담치료를 받았다. 운동도 병행했다. 김군을 상담한 배주미 팀장은 "김군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상처를 가족을 통해 치유받지 못하고 혼자 간직해 곪아 버렸다"며 "엄마가 자신을 싫어할 것이란 생각이 강했고 그 고통을 게임을 통해 풀고 있었다"고 말했다.
- 지난달 26일 서울 방화동의 한 영화관을 찾은 이지환(가명·왼쪽)군과 어머니. 아버지가 없는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엄마에 대한 원망이 심해 게임에 빠져 살았던 지환군은 지난해 여름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레스큐(RESCUE) 스쿨’에 다녀오고, 영화 관람 등으로 엄마와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게임을 끊을 수 있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게임중독은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끊기 어렵다. 관심과 애정이 꼭 필요하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4년간 부모님을 속이고 '게임 좀비'로 살았던 차용원(가명·26·본지 8일자 A3면 보도)씨는 대학 4년 내내 학교에 안 가고 게임만 했다는 사실을 2010년 말 부모에게 고백했다.
- 음악 치료… 지난달 31일 서울 강동구 인터넷꿈희망터에서 게임중독에 빠졌던 차용원(가명·왼쪽)씨가 상담사에게 음악치료를 받고 있다. /이명원 기자
결국 차씨는 가족과 함께 인터넷꿈희망터를 찾아 중독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내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걸 인정하는 게 너무 싫었지만 일단 상담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며 "사실을 인정하고 나자 치료를 받는 게 더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방학 동안 운영되는 캠프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게임에 빠져 유급까지 됐던 이지환(가명·15)군은 작년 여름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레스큐(RESCUE) 스쿨'에 다녀온 후 스스로 컴퓨터를 책상에서 치웠다. 이군은 가난과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엄마와는 말도 하지 않고 게임만 했다. 그러나 캠프에 다녀온 후 엄마와 영화도 보고 야구장도 다니며 '데이트'를 했다. '인터넷 레스큐 스쿨'에서는 11박 12일 동안 학생 2명당 1명의 멘토가 24시간 아이의 옆에서 생활하는데, 아이들은 상담도 받고 컴퓨터 없이도 재미있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디딤클리닉 최상철 원장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나 정신분열 등 동반되는 정신과적 문제에는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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