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청소년 문제

처벌 면제(촉법소년 규정) 악용하나… 만14세 미만 범죄 4년새 2배 급증

안희환2 2012. 2. 13. 17:13

처벌 면제(촉법소년 규정) 악용하나… 만14세 미만 범죄 4년새 2배 급증

  • 염강수 기자

  • 윤주헌 기자
  • 입력 : 2012.02.13 03:04 | 수정 : 2012.02.13 03:41

    촉법소년 규정 - 성폭행 등 흉악 범죄에도 대부분 가벼운 처분, 최근엔 친구 따라하는 모방범죄까지 크게 늘어
    법조계 입장 - 30년 전에 정한 기준 적용 청소년 신체 변화와 동떨어져… 처벌 면제, 두살 더 낮추고 처벌 수준 대폭 강화해야

    서울 S중학생 W군은 만 12세이던 2010년 특수절도 혐의 등으로 네 차례나 검거됐지만 '부모가 교육하라'는 식의 보호처분만 받고 풀려났다. 법적으로 죄를 지어도 형사 처벌은 받지 않는 촉법(觸法)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용서'에 익숙해지자 W군의 범죄는 더 대담해졌다. 작년 4월 또래 여중생을 성폭행해 경찰에게 붙잡혔지만 피해 여중생이 피해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면서 또 풀려났다. W군은 친구들에 '무용담'을 자랑했다. 작년 9월 친구 6명이 합세해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했다.

    중학교 3학년 A양은 2010년부터 작년까지 또래 중학생 두 명에게 세 번이나 성폭행을 당했다. 2010년 연말 알고 지내던 중학생 K군(당시 12세)이 성폭행했다. K군은 형사 처벌은 면하고 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만 받았다. 이 일이 또래 학생들에게 알려지자 작년 8월 K군의 선배가 A양을 두 차례 성폭행했다. K군의 선배는 그러나 경찰에 구속됐다. 만 14세 생일을 갓 지나 형사 처벌이 가능한 '소년범'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K군의 선배는 경찰에서 "후배가 성폭행하고서도 감옥에 가지 않는 것을 보고 나도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알고…"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 소년(촉법소년) 범죄가 갈수록 성행하고, 이런 법 규정의 맹점을 악용하는 범죄까지 생기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촉법소년 수는 2005년 6060명에서 2009년 1만 1609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우리 법체계에서 촉법소년에게 적용되는 '죄와 벌'의 균형은 현격하게 어긋나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촉법소년의 범죄 가운데 강도·강간 등 강력범죄 비율은 전체의 13.1%에 달한다. 하지만 2007년 이후 3년간 서울가정법원이 촉법소년에게 한 보호처분 중 51.8%가 '부모나 친지가 관리하라'는 1호 처분이었다. 소년원에 보내는 9·10호 보호처분은 0.4%에 불과했다. 살인 등 극악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소년원에 2년간 보내는 게 고작이고, 웬만한 범죄에는 '보호자에게 감호 위탁' 등 가벼운 처분이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오어진 기자 polpm@chosun.com
    촉법소년의 연령기준이 정해진 것은 30년 전이다. 그 당시와 비교할 때 지금의 만 14세는 체격이나 정신 연령이 어른과 비슷할 정도인데, 30년 전 기준이 아직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은 촉법소년 기준을 만 12세 미만으로 지금보다 2년가량 끌어내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김진숙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소년 범죄가 갈수록 '저연령화·흉포화'하는 데다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알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빈발한다"며 "법을 어긴 가해자가 법의 혜택과 보호를 받는 경우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단순히 나이만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 죄명에 따라 다양한 처벌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건 세계적 추세다. 박은정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검사는 "영미권 등 선진국에서도 소년범에 대한 온정주의 정책이 청소년 범죄의 확대를 초래한다는 반성이 일면서 엄격주의로 돌아가자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향숙 한국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범죄에 빠지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징후가 나타난다"며 "사전 예방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촉법소년

    범죄를 저지른 만 10~13세 소년을 지칭하는 법률 용어로 형사 처벌 대신 가정법원이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등 재범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보호처분’을 하게 된다. 형법 9조는 촉법소년을 포함해 만 13세까지를 사리 분별이 완전하지 못한 ‘형사 미성년자’로 규정하고 있다. 만 14~18세 소년범도 성인보다는 가볍게 처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