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2.07 03:07 | 수정 : 2012.02.07 07:43
일진들 조폭문신 유행 "멋있어서… 힘세 보여서…" 서울 불법 문신시술자 5000명
- 서울 서초경찰서가 지난 3일 구속한 최모(17)군의 상반신. 일본 도깨비 문신이 가득하다. /서초경찰서 제공
지난 3일 서울 서초경찰서 유치장에 갇혀있던 앳된 얼굴의 최모(17)군과 박모(17)군은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수갑을 찬 채 조사실로 올라갔다. 중학교를 중퇴한 이들은 동네 후배 21명에게서 체크카드를 빼앗아 장당 40만원을 받고 보이스피싱(전화 사기) 조직에 팔아넘긴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군 등이 얼마나 겁을 줬는지 피해 학생 대부분이 자기들은 전혀 피해를 본 사실이 없다고 잡아떼더라"고 했다.
최군은 지난해 상반신 전체에 총천연색으로 일본 도깨비 문신을 했다. 경기도 동두천과 서울 사당동의 무허가 시술소에서 1000만원을 주고 등부터 양팔과 배까지 연꽃과 귀신 그림으로 덮었다. 키가 170㎝ 정도인 최군은 "덩치 작다고 무시당하는 게 싫었는데, 문신을 하니 갑옷을 입은 듯 힘이 몇 배는 세진 느낌이었다"며 "엉덩이와 허벅지에도 문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박군도 왼팔과 왼쪽 종아리에 최군과 같은 문신을 했다. 박군은 "요즘 우리 또래 잘나가는 친구들은 다 (문신)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회 시술 비용 40만~50만원을 마련하려고 주기적으로 학생들에게서 금품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폭력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문신이 최근 퇴학을 당하거나, 가출한 10대는 물론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른바 '일진' 사이에서 은밀하게 유행하고 있다.
대구의 타투이스트(문신 시술가) 박영호(26)씨는 "우리 가게에도 한 달에 100여명 이상 미성년자가 상담을 받으러 오지만 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상당수 타투이스트 지망생이 용돈벌이식으로 헐값에 학생들에게 시술을 해줘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에 있는 불법 문신 시술자가 5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문신은 의료법상 의료 행위로, 의사 면허 없이 시술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학교 일진은 경쟁적으로 더 크고 화려한 문신을 한다"면서 "문신을 자기 힘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