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설날의 배탈/ 안희환

안희환2 2012. 1. 24. 11:43

설날의 배탈/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79)

 

 

사 먹는 만두보다

장모님이 만드신 만두가

다섯 배 이상 맛있다.

설이나 추석이 되면

그 만두 먹을 생각에

밥맛이 다 달아난다.

설날에 세배하고

드디어 만두 먹는 시간

아들은 밥이 좋다며

밥을 먹지만 나는

만두 한 그릇을 비운다.

보름달처럼 큰 만두.

배가 부른 줄 알면서

만두 한 개 갖다먹고

만두 두 개 갖다 먹고

결국 네 개를 더 먹었다.

놀란 배가 짜증낸다.

활명수를 마신다.

손을 따자는 장모님.

이제 배가 안 아프다며

손을 뒤로 빼고

살살 배를 문지른다.

남의 살이라 힘껏 누를

바늘이 무섭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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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양동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