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의 배탈/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79)
사 먹는 만두보다
장모님이 만드신 만두가
다섯 배 이상 맛있다.
설이나 추석이 되면
그 만두 먹을 생각에
밥맛이 다 달아난다.
.
설날에 세배하고
드디어 만두 먹는 시간
아들은 밥이 좋다며
밥을 먹지만 나는
만두 한 그릇을 비운다.
보름달처럼 큰 만두.
.
배가 부른 줄 알면서
만두 한 개 갖다먹고
만두 두 개 갖다 먹고
결국 네 개를 더 먹었다.
놀란 배가 짜증낸다.
활명수를 마신다.
.
손을 따자는 장모님.
이제 배가 안 아프다며
손을 뒤로 빼고
살살 배를 문지른다.
남의 살이라 힘껏 누를
바늘이 무섭기 때문에.
__________
사진/ 양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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