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어머니의 명절/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80)
떠들썩한 명절 날
늙은 어머니는 너무 바쁘다.
음식 만들랴 차리랴
다 먹은 후 치우랴
인사 받으랴 정신이 없다.
요즘은 며느리가 상전이라
가만 앉아 시킬 수 없다.
.
그렇게 한 이틀 지나면
하나둘씩 빠져나간다.
몸은 피곤했어도
간만에 본 자식들 얼굴
손자손녀들 요란함에
사람 사는 집 같았었는데
어느새 다시 적막강산이다.
.
설이 지났으니 이젠
추석이 오길 기다려야 한다.
자주 전화 한다며
밝게 인사하고 떠난
큰 아들의 전화는 없다.
생각나 전화하면 무지 바빠
빨리 끊어야만 한다.
.
명절이 기다려지지만
명절 끝의 고요가 싫어
차라리 모이지 말까
고민도 해 본다.
그래도 얼굴 한번은 봐야지.
그 그리움이 하나 붙잡고
다음 명절을 기다리고 있다.
__________
사진/ 양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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