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늙은 어머니의 명절/ 안희환

안희환2 2012. 1. 24. 17:53

늙은 어머니의 명절/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80)

 

 

떠들썩한 명절 날

늙은 어머니는 너무 바쁘다.

음식 만들랴 차리랴

다 먹은 후 치우랴

인사 받으랴 정신이 없다.

요즘은 며느리가 상전이라

가만 앉아 시킬 수 없다.

그렇게 한 이틀 지나면

하나둘씩 빠져나간다.

몸은 피곤했어도

간만에 본 자식들 얼굴

손자손녀들 요란함에

사람 사는 집 같았었는데

어느새 다시 적막강산이다.

설이 지났으니 이젠

추석이 오길 기다려야 한다.

자주 전화 한다며

밝게 인사하고 떠난

큰 아들의 전화는 없다.

생각나 전화하면 무지 바빠

빨리 끊어야만 한다.

명절이 기다려지지만

명절 끝의 고요가 싫어

차라리 모이지 말까

고민도 해 본다.

그래도 얼굴 한번은 봐야지.

그 그리움이 하나 붙잡고

다음 명절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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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양동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