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공에 깔려버린 호국의 달 6월/ 안희환
2010년 월드컵이 시작되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월드컵의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지라 우리나라 선수들이 경기에 참여하는 날이면 시청 앞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열광적으로 응원을 합니다. 식당에서는 아예 대형 텔레비전을 틀어주면서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고 올해엔 극장에서도 경기 상황을 방영하는 등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습니다.
월드컵 철이 되면서 사람들의 옷차림도 상당히 심플해졌습니다. 다양한 색과 모양의 옷들이 많이 사라지고 빨간색 티셔츠가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빨간색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조차 월드컵 시즌에는 빨간색 옷을 입을 정도이니 그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습니다. 택시를 타도 월드컵 이야기이고 친구들끼리 만나도 월드컵 이야기입니다. 월드컵을 빼면 대화거리가 없는 것만 같습니다.
저는 월드컵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포츠라고 하는 것이 국민들을 하나로 엮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국 선수들이 터뜨린 골에 열광하는 것이 얼마나 보기 좋은 모습입니까? 다만 축구공 하나보다 더 크고 더 중요한 이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들이 뒤로 밀려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지금은 6월입니다. 6월엔 6.25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 중요한 날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6월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깊이 묵상하며 결단도 해야 하건만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6월이라는 시간 자체가 월드컵에 질식사한 것만 같습니다. 또한 얼마 되지도 않은 천안함 사건이 축구공 하나에 맞아 저 멀리 사라져버렸습니다. 유족들만 서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입니다.
월드컵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 동포들의 고통은 없는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 등 타국을 떠돌면서 두려움에 떠는 탈북자들이 투명인간이 된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게 다 공 하나의 위력입니다. 그 위력이 무섭기까지 합니다. 적어도 이 나라 백성이라면 월드컵의 복판에서도 공 하나보다 이 나라의 더 중요한 어떤 것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 그대로 생각일 뿐입니다.
호국보훈의 6월에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청 앞이나 월드컵을 볼 수 있는 극장에만 갈 것이 아니라 국립 현충원에도 다녀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손에 응원도구만 들 것이 아니라 호국선열들에게 줄 국화 한 송이도 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 이름만 기억하게 할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드린 분들의 이름도 기억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월드컵의 긴 여정이 끝나면 월드컵 이전에 주요한 이슈였던 모든 것들이 빛바랜 잎사귀들처럼 빗자루에 쓸려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중요한 사안들이 축구공 하나에 얻어맞아 구석으로 날아가 버린 채 방치되다가 뒤늦게 발견된 후 버려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역사 인식이라면 미안하지만 이 나라는 소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월드컵 때 응원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관심도 가지되 보다 더 중요한 것들도 놓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http://cafe.naver.com/gofuturekorea
밝은인터넷세상만들기 운동본부 http://cafe.daum.net/internetguide
'안희환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셸 오바마를 생각해보며/ 안희환 (0) | 2010.07.23 |
---|---|
공멸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안희환 (0) | 2010.07.01 |
차량도난 사건일지/ 안희환 (0) | 2010.06.12 |
이래도 전교조가 정치색이 없다고?/ 안희환 (0) | 2010.06.09 |
전교조와 인터넷이 선거 패배의 핵심이다/ 안희환 (0) | 2010.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