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죽음에 슬퍼하다(권순희 선생님과 아람문학)/ 안희환
권순희 선생님은 아람문학을 시작하신 분이며 발행인으로서 아람문학을 든든하게 세우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분입니다. 아람문학이 시작될 무렵 저는 권순희선생님의 아람문학 발행의도가 무척 순수한데다가 문학을 향한 열정이 뜨거움을 보고 제 힘이 닿는 대로 돕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아람문학을 알렸습니다.
권순희 선생님은 저의 조그마한 노력을 무척 고마워하셨습니다. 제가 자주 들은 이야기는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한 일에 비해 너무 과하게 감사의 인사를 받은 저는 오히려 몸 둘 바를 모르는 상태가 되었고 오늘날도 저렇게 깊은 감사를 표시하는 분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종종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그렇게 권순희 선생님과의 교제를 이어갔습니다.
권순의 선생님은 아람문학이 책으로 발간될 때마다 저에게 보내주셨습니다. 제 글이 실려있을 때가 많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책을 꼬박꼬박 보내주었습니다. 한두 권이 아니라 20권씩 보내주셨는데 순수한 문학 활동에 수익보다는 지출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권순희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많은 일들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것들에 집중하느라고 연락을 취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계속 흘러 지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권영금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권영금선생님은 제 프로필을 보내달라고 하셨고 저는 별 생각 없이 제 프로필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때 왜 권순희 선생님 대신 권영금 선생님이 연락을 하게 되었느냐고 묻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저는 여유를 가지고 아람문학 카페에 들어가서 기존에 있던 글들을 훑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여기저기 클릭하며 글을 읽던 저는 한곳을 클릭했다가 큰 충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권순희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그곳에서 접한 것입니다. 갑자기 가슴이 덜컥 하고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나오려고 했습니다. 며칠간 아픈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용기를 내서 권영금 선생님께 사정을 물었고 그 내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권순희 선생님은 몸이 좋지 않아서 음식을 제대로 못 드셨다고 합니다. 아람문학이 발전하여 궤도에 올라서기까지 마음고생도 많았고 그럴 때는 아무 것도 드시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작년 8월에 자녀들을 다 여행 보낸 후 혼자 식사를 하시다가 음식이 기도에 걸리는 바람에 외롭게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떠나시려고 자녀들을 보낸 것 같다는 권영금 선생님의 이야기에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습니다. 꾹꾹 눌러 참은 것은 저보다 더 가슴이 미어질 권영금 선생님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마음이 아픈들 언니를 먼저 보낸 동생의 찢어지는 마음만 하겠습니까? 권영금 선생님은 권순희 선생님이 제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고 하였습니다. 먼저 가신 분을 돕는 길은 없으니 이제 언니를 대신해 아람문학의 발행인을 맡은 권영금 선생님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음성이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리움이 더욱 짙어집니다. 이렇게 일찍 가시다니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아람문학이라는 작품을 남기고 떠났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할 것 같습니다. 권순희 선생님과 아람문학은 제 기억 속에서 일생이 다가도록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래는 권순희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댓글들입니다.
野客/송국회 선생님의 뜻 저버리지 않으렵니다.....부디 평안하소서.
은도끼/ 권순희 시인님 늘 같은 마음으로 아람문학을 사랑하겠습니다 ...부디 평안하소서
山 爛/ 이 방에 들어오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겁습니다. 선생님께서 입은 군복바지 패션이 너무 멋졌어요. 제 기억에 영원히 남아있을 선생님 모습... 보고픕니다. 바깥 바람이 차겁습니다. 그곳은 따스하지요?
서여니/ 눈물이 납니다 ,,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님이여 어찌 이렇게 날 울리십니까
유리/ 시인님,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고운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리네요....그곳은 따뜻하겠지요? 행복하시겠지요?.........
호롱불등잔/ 마음이 무겁고 아픕니다 아람 창건 이래 이리 괴로운 적이 없었습니다 삶 내내 괴로움만 밟고 사시더니 끝내 당신도 그 길을 따라 가셨습니다. 편안한 사후 세상 영위하소서.
시연/ 시인과 비둘기에 오면 지기님의 흔적이 많아서,, 그리고 함께 했던 추억들이 많아서 생각이 많이 깊어집니다. 그래서 더 아파집니다. 지기님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지기님! 이젠 어디 한 곳도 아프지 마시고 평안하시길 매일 두 손 모아 드리겠습니다.
바람소리/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야 만남이라 여기지 아니하고 떠나셨다 하여 이별이라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계시다 여기니 옆에 계시고 그 뜻이 깊다 여기니 그 뜻 이어가던 길 그대로 가는 아람문학이 될것입니다.
김영근/ 너무도 생생하여 살아 계신듯 하여 가슴이 아프고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고통이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고 아람문학을 지켜 주시길 바랍니다.
송국회/ 가슴이 무너질듯 합니다....이렇게 귓전은 선생님을 뵐 수가 있는데.....어찌 두 눈은 눈을 감고 마음으로만 바라만 봐야 하는지요...선생님 편히 쉬소서.
이선/ 아직도 권 발행인님이 곁에 계신 듯합니다.평화의 안식을 쉬소서. 당신의 뜻을 따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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