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고스톱을 잘 치는 아이들/ 안희환

안희환2 2008. 11. 5. 17:22

고스톱을 잘 치는 아이들/ 안희환

 

2008-10-29_PM_05-15-51.jpg

 

맞벌이 부부가 있었습니다. 5살과 7살짜리 아이들을 두고 있는 부부인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직장에 나가 일을 하였습니다. 집에 돌아올 때면 어린이집을 다녀온 아이들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고 맞벌이 부부는 아이들과 잠시 놀아주고는 텔레비전을 보라고 한 후 다정하게 화투를 쳤습니다. 화투는 맞벌이 부부의 스트레스 해소 도구였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일을 나갔다가 평상시보다 일찍 집에 돌아온 아이들의 아버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담요를 꺼내놓고 둘이 마주 앉아 화투를 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거의 매일같이 화투를 칠 때 어깨 너머로 화투 치는 법을 배웠고 어린이집에 갔다 온 후 아이들 둘이 마주 앉아 화투를 쳤던 것입니다.

 

한 아버지가 여섯 살짜리 아이를 옆자리에 태우고 가다가 그만 신호위반으로 교통경찰에게 걸리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차를 세우고 운전면허증과 그 밑에 만 원짜리 몇 장을 살짝 감추어 건네주었습니다. 아이는 눈이 동그래져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놀란 아이의 표정을 본 아버지가 살짝 말했습니다. “괜찮다. 얘야. 다들 그렇게 한단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하루는 아이의 삼촌이 찾아와서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지를 아버지와 함께 의논하고 돌아갔습니다. 의논하는 소리가 작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는 그 내용을 들을 수 있었고 들은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이상한 이야기들이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의아해하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괜찮아, 세금 제대로 다 내다간 남는 게 없어. 다들 그렇게 해.”

 

아이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취직을 했으나 성실하게 일할 생각을 하지 않고 한몫 잡을 생각만 하다가 큰 횡령사건을 저질렀습니다. 그 일은 그만 들통이 나고 말았고 그만 감옥에 수감되고 말았습니다. 면회를 온 부모님들이 말합니다. “아이고, 이놈아 넌 도대체 누굴 닮은 거냐! 왜 너는 가르치지도 않은 짓을 했느냔 말이다.” 그때 아들은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아버지, 다들 그렇게 해요. 전 재수가 없어서 걸린 것뿐이에요.”

 

자녀들의 모습은 부모의 거울입니다. 자녀들의 잘못된 말과 행동의 상당 부분은 부모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있고 아직 어린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계가 구축되기 전이기에 더욱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부모임의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가게 되는 것입니다.

 

부모가 늘 거짓말을 하면서 자녀에게 정직을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부모가 늘 텔레비전 앞에 앉아 긴 시간 넋을 놓고 인생을 허비하면서 자녀에게 책 읽는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 수는 없습니다. 게으르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삶은 사는 부모들이 무슨 수로 자녀들을 부지런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이타적인 사람으로 키울 수가 있겠습니까?

 

제 삶을 돌이켜보면 총각일 때와 결혼하여 남편이 되었을 때의 삶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부부가 단 둘이 살 때와 아이들이 생긴 후의 삶의 무게가 또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저를 늘 지켜보는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책임의 강도를 높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어린 아이들의 눈이 참으로 무서울 수밖에 없는 것은 아이들 보는 저의 모습의 상당 부분이 아이들의 삶 속에 새겨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종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저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깜짝 깜짝 놀랍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아이들에게서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훗날 아이들의 입에서 아버지는 인생의 훌륭한 모범이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합니다. 적어도 못된 습관을 심어주는 아버지가 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