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독사에 물린 어머니/ 안희환

안희환2 2008. 10. 27. 23:05

독사에 물린 어머니/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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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에서 땅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젊은 부부와 그의 아이들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은 볼 일이 있어 시내로 가서 사흘 동안 집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그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저녁때가 되어 아이들의 엄마는 밥을 하려고 뒤뜰에 나가 장작더미를 가져다가 불을 지피려 했습니다. 그런데 장작더미를 정돈하다 그 속에 숨어 있던 뱀에게 물리고 말았습니다. 독사였습니다.

 

엄마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뱀에게 물렸으니 곧 온몸에 독사의 독이 퍼질 터인데 남편은 사흘 뒤에나 돌아올 것이므로 나는 꼼작 없이 죽게 되었구나! 내가 죽으면 아이들은 사흘 동안 어떻게 지낼 것인가?" 걱정이 엄마의 마음을 짓눌렀습니다. 자신의 죽음보다 사흘 동안 방치될 아이들의 모습이 더 걱정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이러한 생각에 미치자 곧 그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우선 장작더미를 가져다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 큰딸에게 불을 지피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사흘 동안 계속 불을 지필 수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밑반찬과 먹을 것을 서둘러 준비하여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에 놓아두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불러 모아 말했습니다.

 

"얘들아! 조금 있다가 엄마가 잠을 자고 일어나지 않더라도 깨우지 말고 놀라지도 말아라. 착하게 잘 지내고 있으면 곧 아빠가 오실 거야"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가엾은 우리 애들을 어떻게 그냥 두고 갈 것인가 생각하면 안달이 나 잠시도 일손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애들을 위해 애를 쓰면 쓸수록 온 몸에 땀이 쏟아져 물 흐르듯 했습니다.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엄마는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그렇게 흘러내리는 땀이 엄마의 몸속에 있던 뱀의 독기를 제거해 몸 밖으로 배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룻밤이 지났지만 엄마는 쓰러져 죽지 않았습니다. 그다음 날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엄마는 힘이 빠졌을 뿐 쓰러지지도 죽지도 않았습니다. 드디어 남편은 돌아왔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의사는 몸에 더 이상의 독기가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독은 이미 다 빠져나간 것입니다.

 

위의 이야기가 실화인지 픽션인지는 잘 모르지만 읽는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아마 저 뿐만이 아니라 어머니라는 존재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만 같습니다. 어릴 때뿐만이 아니라 나이가 든 후에도 잊을 수 없는 어머니의 존재는 살아 숨 쉬는 인간 모두에게 향수병을 불러일으키는 거의 유일한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게도 어머니가 있습니다. 완벽하지도 않고 문제가 없는 분도 아니지만 제게는 소중한 분이십니다. 조금 무뚝뚝한 면이 있으신 분이지만 자녀들을 위해 일생 헌신하신 분이며 고난의 세월을 묵묵히 참아내신 분입니다. 워낙 가난한 집안 살림이기도 했지만 땡볕에서 잡초를 뽑고 번 돈을 우리들 위해 사용하시면서도 정작 당신을 위해서는 써 본 적이 없는 분입니다.

 

제 아내에게도 어머니가 있고 어머니의 존재는 늘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분인 것 같습니다. 딸을 공부시키기 위해 고생을 많이 하셨지만 제 아내는 그런 어머니를 위해 도움이 되지 못한 것 때문에 안타까워하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힘들게 살아온 삶에 대한 약간의 보답이라도 해드려야 했는데 저에게 일찍 시집온 덕분에 그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제 아내가 이제는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내는 가정에서 살림을 하면서 동시에 직장생활도 하고 있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큰 아이를 붙잡고 공부를 가르치는데 그 덕분에 큰 아이 효빈이는 학교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습니다. 또 둘째 아이 효원이는 아직 어리기에 손이 많이 가는데 역시 잘 보살피고 있습니다. 저 역도 도움이 되려고 하지만 아내가 하는 역할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랍니다.

 

며칠 전입니다. 작은 아들인 효원이가 체했는지 밤에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효원이의 손을 따주고 잘 잘 수 있도록 돕느라 고생을 했습니다. 저도 일어나서 조금 거들기는 했지만 주로 고생한 것은 아내입니다. 고마우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예전에 어머니가 우리들에게 보여주시던 사랑과 정성으로 아내 역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라고 하는 이름.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고향으로 자리 잡은 이름임에 틀림없습니다. 생각하기만 해도 감사한 이름. 그러나 또 한 면에서 보면 생각할수록 슬픔을 느끼게 하는 이름. 또한 죄송한 마음을 가득 채우게 하는 이름입니다. 아마도 어머니를 먼저 보낸 분들에게는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름일 것이고요.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면 어머니를 향해 사랑한다고 고백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