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귀신이야 원숭이야/ 안희환
효빈이(10살)는 학교에 가고 효원이(6살)는 제가 데리고 있는 시간이 많기에 효원이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많이 가집니다.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제가 배꼽 잡고 웃을 일도 있고 재치 있는 말에 놀랄 때도 있고 아이는 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특히 제가 배우는 것이 하나 있는데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가 하는 점입니다.
하루는 효원이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엄마나 외할머니 휴대폰을 이용해서 문자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아빠는 원숭이.”
이전 생각이 났습니다. 효빈이가 지금보다 어릴 때의 일인데 저는 효빈이가 저에게 장난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버릇없이 키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아이를 아이답게 대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효원이에게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효원이에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효원이는 강아지 망아지 송아지.”
“아빠는 가신.”
“가신이 뭐야?”
“아빠는 구신.” 귀신을 구신으로 잘못 말한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효원이에게 전혀 다른 차원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효원이는 멋쟁이. 잘생긴 아들. 사랑하는 내 아들.”
잠시 후 효원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조금 전에 보낸 문자 무슨 뜻이에요?”
이럴 때는 여우같습니다. 무슨 뜻인지 뻔히 알면서 묻다니 말입니다.
“응 효원이가 멋있다는 거야. 아빠가 효원이를 사랑한다는 거야.”
“아빠 알았어요.”
전화를 끊고 나니 웃음이 나옵니다.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행동을 하는 효원이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면에서는 큰 아들 효빈이에게는 왜 그렇게 모질게 대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필요하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단계별로 가르쳤어야 했는데 아빠가 가르친 대로 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곤 했으니 아빠로서 자격 미달입니다.
종종 효빈이와 효원이 손을 잡고 산책을 합니다. 아이들은 별 것 아닌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흥미진진해 합니다. 거기에 맞춰주느라 흥미진진한 척 하다 보면 진짜로 흥미진진해지기도 합니다. 아이들 덕분에 나루토도 알게 되었고, 탑블레이드도 알게 되었고, 태극천자문도 알게 되었습니다. 참죄라 반이니 복되라 반이니 예뻐라 반이니 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빠 역할 잘 하려면 배워야할 것이 한 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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