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운이 교통사고를 당하다/ 안희환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습니다. 병운(황병운)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졸업작품을 마무리하고 친구들과 함께 카렌스 승용차로 이동을 하는 중에 뒤에서 버스가 들이받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병운이에게 전화를 했고 병운이는 담담하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거의 다치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병운이에게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무서우니 차분하게 검사를 받으라고 전해주었습니다.
일주일 정도 병원에 문안을 가지도 못했는데 너무 바빠서 시간내기가 어려운 데다가 병원이 안성에 있어서 거기까지 갔다가 올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오후 시간을 비워 안성에 갔습니다. 네비게이션으로 찾아가기에 주소를 물었더니 바쁘신데 안 오셔도 된다고 하더니 막상 도착해서 병실에 들렀더니 엄청 반가워합니다. 보고 싶었다면서 좋아합니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겉으로 하는 말과 속으로 하는 말, 두 가지를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겉으로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반응을 보이다가는 섭섭함을 느끼게 할 때가 많은 것입니다. 제 아내를 봐도 그렇습니다. 연주회 때 안 와도 된다고, 와 봐야 번거롭기만 하다고 하더니 막상 연주회장에 나타난 저를 보고 반가워하는 걸 보면(반가운 척 한갈까?) “속지 말자 위장 평화”란 엉뚱한 말이 생각납니다.
아무튼 병운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교통사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버스가 브레이크를 밟지도 않고 달려와 승용차(카렌스)를 들이받은지라 승용차가 10m 정도 앞으로 밀려갔고 폐차가 되었다고 합니다. 병운이는 맨 뒷자리에 앉아있었는데 놀랍게도 거의 다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웃으면서 “네 몸은 마징가제트냐?”고 물었습니다.
병실은 병운이를 포함한 5명이 함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병원의 겉모습은 초라했는데 실내는 깔끔하게 인테리어를 해서 병실같은 느낌보다는 산뜻한 여학생의 방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학교 교수님 한분이 병문안 오면서 피자를 사온 모양인데 저도 한 조각 얻어먹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병운이가 하는 말이 어제(내가 병문안 가기 전날) ‘내가 왜 병원에서 이러고 있어야 하나?’하는 마음에 우울했다고 합니다. 그때 민영(옥민영)이가 전화를 해주었는데 그 전화를 받고나서 마음이 많이 밝아졌다고 합니다. 저는 병운이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있었는데 제가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있었고 그때 다른 사람의 따듯한 행동 하나가 얼마나 큰 위로와 용기를 주는지 경험해보았기 때문입니다.
가는 시간과 오는 시간, 병원에 있는 시간을 합쳐 5시간가량이나 지나가버린 시간이지만 위로를 받고 기뻐하는 병운이의 모습을 보니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목과 어깨가 아프다고 하는데 치료를 잘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때 맛있는 것이라도 사주어야겠습니다.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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