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났습니다/안희환
제가 가장 힘들어 하는 기도의 종류가 둘 있는데 그 하나는 새벽기도입니다. 밤에는 아무리 늦게까지 기도해도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대학생 때는 산 기도를 매주 가다시피 했는데 밤새 기도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요. 그런데 새벽엔 왜 이렇게 일어나기 힘든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냥 그대로 푹 잘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입니다.
담임목사가 된 후로도 새벽기도를 제대로 못했었습니다. 번번이 빠지기 일쑤였으니까요.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지만 일어나는 것 자체가 너무 곤욕스러웠기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저는 가급적 일찍 자려고 노력하였고 이젠 12시 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알람도 하나만 가지고는 일어나지 못할 때가 있으니 세 개씩 맞춰놓고 잤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제가 새벽기도보다 더 힘들어 하는 기도는 금식기도입니다. 저는 20일 금식기도를 했다느니, 40일 금식기도를 했다느니 하는 분들을 보면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주일간을 금식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는 저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창피한 일이지만 저는 3일 금식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한 끼만 굶어도 금방 어지러움을 느끼는 저로서는 하루도 너무 길게만 여겨졌으니까요.
종종 교회에서 릴레이 금식기도를 할 때가 있습니다. 하루 세끼를 다 하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 한 끼를 며칠에 걸쳐 금식하면서 기도하는 것인데 저는 그것조차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것이 정말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구지 변명을 한다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영양이 조금만 모자라도 그 여파가 몸에 나타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제가 요즘 금식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저녁만 하고 있는데 한 달 가까이 되었고 몸무게가 8kg이나 빠졌습니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은밀한 중에 금식기도를 해야 하며 사람들에게 드러낼 때 이미 자기 상을 받았다고 하는 성경 말씀이 있습니다만 제게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얼마나 절박한 마음이냐 하는 것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고 혹시라도 함께 기도해줄 분들이 생긴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석자님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것입니다. 50후반의 여자 분이신데 암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시작한 것은 대장암입니다. 발견될 때 이미 말기여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폐암으로 전이되었고 한 걸음 더 나가서 임파선 암으로까지 전이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뇌로까지 암이 퍼진 상태입니다. 게다가 원래 지병이었던 당뇨와 혈압까지 한꺼번에 괴롭히고 있는 실정입니다.
남편이신 차명호님은 날마다 울고 계십니다. 기운이 없어 꼼짝 못하는 윤석자님을 안다시피 해서 화장실을 오가느라 진액이 다 빠진 상태였고 말도 못하고 손가락 하나 잡을 힘도 없는 아내를 보면서 무척 가슴 아파하십니다. 낮에는 일하고 새벽과 저녁엔 아내를 간병하고, 거기에 더해 날마다 가슴앓이를 하느라 해쓱해진 차명호님의 모습이 때로는 윤석자님의 모습보다 더 안타까워 보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감사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는 윤석자님께 들렸더니 윤석자님이 누워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기적이 일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났어요”라고 하는 것입니다. 옆에 있던 차명호님도 같은 소리를 하셨습니다. 사연을 듣고 보니 정말 감사할 일이 생겼습니다.
손가락 하나 잡을 힘이 없어서 꼼짝을 못하고 누워만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가 전기가 오듯이 팔이 찌릇찌릇 하더라는 것입니다. 귀뚜라미라도 기어가는 듯이 팔에 느낌이 오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에 힘이 생겼는데 앉을 수도 있고, 걸을 수도 있고, 손에 힘이 생겨 꽉 쥘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제 손을 꼭 잡는데 정말 손에 힘이 들어간 것이 손가락 하나 잡지 못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 동안 금식을 한답시고 먹을 것을 먹지 못해 기운이 없고 어지러우며 휘청거리던 것 때문에 힘들었는데 그 모든 거시 한꺼번에 보상을 받은 것만 같았습니다. 만약 더 많은 이들이 함께 기도해 준다면 윤석자님이 완전히 치료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학으로는 이미 사망선고를 내린 상황이지만 하나님이 역사하시면 살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어 두 분이 기뻐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이겠는지요?
제가 이렇게까지 윤석자님에게 마음을 쓰는 것은 차명호님의 지극한 아내 사랑에 너무 감동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늘 아내를 아껴주던 분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렇게 헌신적으로 자신의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분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마다 마음이 짠해집니다. 그 고귀한 사랑의 마음에 대한 보답을 함께 보고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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