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똑바로 하라고 말하기 전에/ 안희환
거짓 개혁자와 진정한 개혁자(4)

종종 보면 자신은 의로운 사람이고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개혁의 대상이라는 전제 하에 예리한 칼을 사정없이 휘두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은 진정한 개혁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개혁자라고 하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현저하게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일컬어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그 몸의 지체들입니다. 지체들 가운데는 건강하지 못하고 병든 지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체 마비되어버린 지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 다른 지체는 병든 지체를 향해 자기와 상관없는 듯이 왜 그 모양이냐고 공격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어차피 자신도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개혁자라면 잘못된 부분과 죄악 된 모습을 볼 때 그 대상을 향해 화살만 쏘아대지 않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죄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다니엘은 자기 스스로 거룩한 삶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의 죄악 된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기도를 드렸던 것입니다. 즉 다니엘은 자기와 상관없는 백성들의 죄가 아니라 우리의 죄라고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에스라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예루살렘에 귀환한 에스라는 죄로 얼룩진 백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을 공격하고 판단하는 것을 먼저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나님 앞에 꿇어앉아 울부짖으며 회개하는 기도를 먼저 합니다. 백성들의 문제와 허물은 자신과 상관없는 것이 아니고 바로 자신이 담당해야할 것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에게는 솔직히 말해서 의아한 마음이 있습니다. 즉각적으로, 과감하게 개혁을 말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작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자신과 상관없는 죄와 허물이라는 인식 하에 다른 이들을 향해서만 폭격을 가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함께 그 속에 들어가 마치 자신의 죄악인 양 통곡하며 회개하지는 못한 채 말입니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것은 분노의 마음과 아픔의 마음을 동시에 갖춘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바로 살지 못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면서 분노할 수 있음과 동시에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죄악임을 뼈저리게 느끼며 가슴 아파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분노의 마음과 아픔의 마음을 동시에 가질 수 있으려면 자신도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상 안에 함께 머물러 있는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드물게 비판의 말도 들려옵니다.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 협력자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혁하려는 사람을 공격함으로서 개혁의 걸림돌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일일이 따져야 한다면 개혁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합리화하고 개혁자들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면 속이 좁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에 따라 성급하게 개혁의 칼을 휘두르는 것이 뭔가 폼도 나고 당장의 가시적인 효과도 나타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식의 개혁은 개혁도 아니고 조만간 그 한계를 드러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늦더라도 하나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방식으로 개혁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공동체 의식의 회복입니다.
저들의 죄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죄라고 하는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너희들 똑바로 해라”가 아니라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인 것입니다. 에스라의 통곡이 결국은 백성들의 회개를 가져오고 그들이 자신의 삶을 돌이켰듯이 이제 이 땅 가운데 진정한 개혁자들이 일어나서 그들의 눈물을 통해 교회가 새로워질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안희환 목회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개방적이란 말을 너무 좋아하지 말라/ 안희환 (0) | 2007.10.15 |
|---|---|
| 잠비아의 박성식 선교사님/ 안희환 (0) | 2007.10.13 |
| 또 하나의 기적을 경험하다/ 안희환 (0) | 2007.10.05 |
| 나를 부끄럽게 만든 글/ 안희환 (0) | 2007.10.04 |
| 개혁은 파괴가 아니라 건설이다/안희환 (0) | 2007.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