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충고한다 / 안희환
지방 선거 직전 한나라당 후보가 열린우리당에 대한 응징 운운하는 선거운동을 보면서 착각한다는 글(관련 글은 아래 링크 클릭)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한나라당으로 분위기가 몰린 것은 한나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확실하게 죽을 써서 그 덕에 반사이익을 본 것뿐인데 그것도 모른 채 기고만장한 것 같아서 씁쓸했기 때문입니다.(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29204&logId=1131842)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자신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못해서 얻은 점수라는 것은 사상누각과 같아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더욱 더 자신을 추스르고 진정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보다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 앞에 나아갈 것이란 말입니다.
아무튼 지방 선거는 끝이 났고 한나라당은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의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장례식당 같은 분위기인 반면 한나라당은 축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의 실정에 확실하게 눈을 돌렸고 한나라당이 그 이익을 보았다면 이제 한나라당은 지금 잡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잘 활용을 해야만 합니다. 아주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면 너무 들떠서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흥분상태로 떠돌아다니는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자세를 가지고 다가올 대선을 준비하는데 박차를 가해야할 시간에 들뜬 마음조차 가라앉히지 못한 채 자기 무덤 파는 일을 행하니 말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장맛비로 인해 큰 피해를 보았고 많은 국민들이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해로 피해를 입은 지역 사람들은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살 길이 막막하며 이미 무너져버린 삶의 터전들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상태에 있습니다. 이때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찾기 위해 동분서주고며 그 고통스러운 현실들이 마치 자신의 일인 양 함께 가슴 아파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간부들이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쳤다고 하니 생각이라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인지 궁금합니다. 홍문종 경기도당위원장/ 김용수,김철기 부위원장/ 홍영기 용인갑 당원협의회장/ 이재영 평택을 당원협의회장 등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역사에 길이길이 그 이름을 남겨야할 것 같습니다.
더구나 홍문종위원장 일행과 함께 골프 라운딩에 동참했던 경제인들이 골프를 치는 모든 비용을 부담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술값 일체도 지불했다고 하니 국민들이 몰아준 표의 힘을 가지고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는데 사용했다는 생각이 드니 한심하기가 그지없습니다. 정경유착에 대한 의혹을 받는 것도 다 자신들이 그 구실을 제공한 것입니다. 도대체 누굴 나무랄 수가 있겠습니다.
한나라당이 홍문종 경기도당위원장을 사퇴시켰다 하지만 이미 불이 나서 다 타버린 집 위에 소방 호스를 들이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정서는 이미 악화된 후이며 지지도 역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선거 때마다 자신들의 지지도를 부풀려 말하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스스로가 수해골프로 지지도의 10%가량이 떨어졌다고 말할 정도이니 그 타격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추측이 됩니다.
아직까지는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수해골프로 인한 타격이 크긴 하겠지만 그 동안 누적된 노무현 정부의 실책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기회로 한나라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바보같은 짓을 하는 자기 하나만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전체를 수렁으로 몰아갈 수 있음도 기억해야 할 것이고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불고 있는 한나라당 지지바람은 언제 돌이킬지 모릅니다. 한나라당이 꾸준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가꾸어 나가고 진정 국민들을 위하는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보이면 그 바람은 변함없이 불어올 것이고, 만약 한나라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흥에 겨워 흥청이면서 민심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그 바람은 방향이 바뀌어 한나라당을 바다에 몰아넣고야 말 것입니다.
7월 24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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