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 성관계의 확산을 우려한다/ 안희환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면 남녀 관계에 대해서 상당히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29살이 넘어갈 때까지 여자 친구를 사귄 적이 한 번도 없었고 30이 되어서야 교제도 하고 약혼도 하고 결혼도 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아내가 9살이나 아래이지만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지혜로운 여인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 여학생들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그 후에 대학원을 다닐 때도 여학생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또한 어떤 목표를 위해 달음질하다 보니 이성교제를 할 겨를이 없었고 그 덕분에 여자 친구 한명 없이 훌쩍 30살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그런 내 자신의 모습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 너무 쉽게 사귀고 헤어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자유라고 말하지만 왠지 자유보다는 방종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입니다. 특별히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결혼을 한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쉽게 성관계를 맺는 모습은 이 사회가 타락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서울대 사회학과 조사실습팀이 경북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전북대, 한림대 등 6개대 학생 5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의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씁쓸한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결혼 전이라도 사랑하는 사이라면 성관계가 무방하다는 견해가 52.5%, 결혼을 약속했으면 무방하다는 견해가 27.5%, 어떠한 조건없이도 무방하다는 견해도 5.4%이니 말입니다.
이런 한국적 상황에서 은장도를 품에 품고 다니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버렸고, 순결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는 사람들이 오히려 천연기념물 취급을 받는 분위기도 엿볼 수 있으니 우리나라가 왜 이리 되었는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하긴 결혼 후의 외도도 흔해지는 상황이고 사람이기를 포기한 스와핑도 퍼지는 상황이니 젊은이들의 혼전 성관계는 별일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의 성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주는 요소이며 그만큼 소중한 것입니다. 사랑과 언약의 바탕 위에 주어지는 쾌락은 더없는 조물주의 선물일 수 있겠지만 함부로 굴림으로 얻는 쾌락이란 동물적인 배설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닐 것입니다. 상대를 소중히 여긴다면 상대의 성도 소중하게 지켜줄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쾌락을 위한 도구나 보조수단으로 전락시켜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나 이야기를 이미 구석기 시대의 주장이라도 되는 듯이 비웃을 사람들이 있을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많은 공격이 들어올 것이며(이미 충분히 경험하였음) 꽉 막힌 사람 취급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임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도덕성의 회복이야말로 나라의 근간을 튼튼히 하는 길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주변에서도 쉽게 이성과 잠자리를 같이 하고 그렇게 해서 임신이라도 하면 생명을 죽이는 현상을 볼 수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모습들도 보았습니다(듣기도 하고).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런 관계가 결혼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그다지 높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짜 사랑인지도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또한 결혼 후에도 이전보다 쉽게 이혼을 하는 풍조이니 성관계 한 것으로 결혼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질 사람은 그다지 없을 것이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가벼워지는 성문화에 우려를 표합니다. 조금 더 자신의 성을 소중히 다루어줄 것을 요청합니다. 더 나아가 상대방의 성도 소중히 여기고 가족을 이루기까지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대가 다른 이성과 관계하는 것을 기쁘게 여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신도 배우자를 만나기까지 자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옳은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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