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다 / 안희환
어제 속상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오전예배를 인도하고 있는 중 갑자가 전도사님들 중 한분이 앞쪽으로 오더니 아내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했고 아내는 살짝 예배당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 일이 한번도 없었기에 예배를 인도하면서도 신경이 쓰였고 무슨 일이 있는가보다 하는 짐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뒷자리에 서서 인사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나간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 효빈이가 교회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기에 아내가 병원으로 가게 된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보는 성도들이 있기에 그분들과 다 인사를 나누고 또 아픈 사람에게 기도를 해준 후에야 병원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강남성심병원에 도착해보니 효빈이가 응급실에게 엑스레이 등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었고 효빈이를 친 젊은 부부는 효빈이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이 의사였음). 아내를 쳐다보니 걱정을 하는 표정이긴 해도 그렇게 불안해보이지는 않아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원래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아이들에 대해 더 예민한 법이라 신경이 쓰였음).
교통사고가 난 대략적인 이야기를 젊은 부부에게 들었습니다. 도로변에 주차해 놓은 자동차들 사이로 효빈이가 나왔는데 속도를 미처 줄이지 못한 자동차가 효빈이를 친 것입니다. 오른쪽 어깨 아래를 받힌 효빈이는 튕겨져 나가 바닥에 굴렀는데 그 덕분에 얼굴 여기저기에 상처가 났고 머리도 부딪힌 모양입니다.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침대 위에 걸터앉은 채 효빈이가 내 다리를 베고 눕게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다가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해주었습니다. 마음에 안정을 찾았는지 편하게 웃는 효빈이를 보고 오후예배에 맞추기 위해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교회에 돌아오니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효빈이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느라 난리가 벌어졌습니다.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답을 해주었습니다.
오후예배를 마치고 성경공부까지 끝낸 후 효빈이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소식을 들은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효빈이의 증조모)까지 와 계셨습니다. 동생들은 시간이 나는 대로 들리겠다고 합니다. 아내에게 사진 촬영한 결과를 물어보니 큰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후유증이 생기지 않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타박상이야 물리치료도 받으면서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될 것이고요.
오늘 오전에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효빈이는 생생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할 만큼 활동적인 효빈이였는데 그나마 전보다 조용해진 셈입니다. 오후에 다시 들리기로 하고 병원을 나왔는데 오후에는 병실에서 책도 읽어주고 이야기도 하고 놀아주기도 할 생각입니다. 평소에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입원해 있는 동안에라도 더 잘해주어야겠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학교를 안가고 쉬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철부지 효빈이랍니다. 제 엄마를 닮아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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