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쓰러진 택시기사의 이웃들/ 안희환

안희환2 2006. 6. 28. 07:45

쓰러진 택시기사의 이웃들/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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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가리키는 人자는 둘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입니다. 혼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드러내주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살라고 한다면 그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입니다. 사람 냄새가 그립고 함께 부딪힐 사람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거대한 공허감에 빠져들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사는 것 같지 않습니까?


더불어 산다고 하는 것, 요즘 들어 이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방희천님 때문입니다. 방희천님은 요즘 어려운 일을 겪고 있습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졌기 때문입니다. 택시 기사를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는데 몸에 마비 증상이 와서 입원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갔을 때 나를 보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방희천님은 그 동안 어려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택시 운전을 하는 중에도 예전에 사고로 다친 다리가 아파서 힘들어 했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그만 둘 수 없었기에 계속 기사로 일했지만 조금만 날이 차가워도 다리가 시려서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러니 겨울철에는 그야말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가 없는 상태에서 청년이 된 아들도 함께 살고 있지 않았고 텅 빈 방을 지키며 매일매일을 보내야 했던 방희천님은 외로움도 많이 탔습니다. 힘들고 답답하면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했더니 종종 전화를 해서 속상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습니다. 충분히 공감해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면 힘이 나는지 고맙다는 말로 전화를 끊곤 했습니다.


그런데 뇌경색이라는 병 때문에 입원해버렸으니 얼마나 상심이 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틈나는 대로 방희천님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도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종종 병원에 찾아가서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기도 했습니다. 말까지 어눌해진 방희천님의 모습은 연약한 아기처럼 여겨졌습니다.


감사하게도 치료는 잘 진행되었습니다. 마비되었던 오른 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다리도 힘이 생겨서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하는 것은 여전히 어눌했지만 이전보다는 발음이 더 좋아졌습니다. 이제 병원에서는 퇴원해도 된다는 말을 했고 나는 축하의 인사를 전해주었습니다. 방희천님도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병원비를 내야 퇴원을 하는데 방희천님에게 돈이 없었던 것입니다. 보험을 들어 둔 것도 아니고, 원래 가진 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가족이나 친지들의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었기에 200여만원이나 되는 병원비를 마련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나 역시 가진 돈이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모금이라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참으로 감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방희천님에게 늘 신경을 써주던 한문수님이 130만원가량의 병원비를 자신이 부담한 것입니다. 알고 보니 한문수님은 방희천님의 가족들이 간병할 수 없는 상황인줄 알고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간병인을 붙여주기도 했었습니다. 월급쟁이의 형편은 뻔한 것인데 자신의 것을 톡톡 털어 병원비를 부담해준 것입니다. 그 나머지를 가족들이 카드로 처리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사는 모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방희천님이 퇴원을 하고 집에 있는 동안 밥은 할 수가 있는데 반찬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 어느 날 새벽 김경숙님이 내게 찾아왔습니다. 방희천님을 위해 반찬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무게가 꽤 나가는 것을 보니 많이 만든 모양이었습니다. 낮에 차를 몰고 방희천님의 집에 반찬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사실 김경숙님은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직장도 다녀야 하고 아이들도 돌봐야 하고 남편 뒷바라지도 해야 하고 살림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체력이 많이 딸리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간을 쪼개서 방희천님을 위해 정성껏 반찬을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포근해졌습니다. 세상은 역시 아름답고 살만한 곳입니다.


그 외 여러 가지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격려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큰 복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혼자서 버둥거리며 살다가 넘어지면 일으켜줄 사람이 하나도 없는 인생, 그것이야말로 가장 불행한 인생일 것 같습니다. 내가 넘어질 때 네가, 네가 넘어질 때 내가 일으켜주면서 힘이 되어주는 것, 그것은 인생을 멋지게 만드는 요소인 것입니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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