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추락하고 또 추락하는 선생님들/ 안희환

안희환2 2006. 5. 21. 19:06
추락하고 또 추락하는 선생님들/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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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오래전에 있었습니다. 그런 세상이 과연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절로 들 만큼 지금 선생님들의 권위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밑바닥이라고 여겼는데 밑바닥에 땅굴을 뚫고 그 밑으로 더 추락하는 것 같이 선생님들의 위치는 낮아져버렸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학부모에게 무릎 꿇은 교사 사건은 그와같은 교사의 추락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아이들에게 점심시간을 15분간만 주었다는 것입니다. 빨리 밥을 먹으로서 재촉하는 바람에 체하는 아이들도 있었으며 그 시간 안에 밥을 못 먹을 경우 반성문을 쓰게 하고 심한 경우 벌도 주었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볼 경우 여교사가 잘했다고 볼 수는 없고 비판의 여지도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난 일련의 모습들인데 학부모들이 그 여교사에게 분노하여 집에까지 찾아가 사표를 종용했으며 학교에도 찾아가 거세게 항의를 하였던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여교사는 무릎을 꿇은 채 학부모들에게 사과를 하였고 그 상황이 SBS를 통해 방영된 것입니다. 결국 이 사건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으며 교권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가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항의 차원을 넘어가 사표까지 조용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교사의 집에까지 찾아가서 말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고통을 겪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밥을 빨리 먹으라고 한 일이 그 정도로 분노할만한 일이며 사표까지 내야할 만큼 중차대한 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보는 눈이 있고 듣는 귀가 있습니다. 자신들의 부모에게 휘둘리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과연 선생님들을 존경할 수 있겠는지 의문입니다. 가뜩이나 권위 자체를 무시하는 좋지 못한 풍조가 나라 안에 가득 차 있는데 이런 일을 겪는 아이들이 더더욱 선생님들을 우습게 여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아이들 입장에서 선생님이라는 위치가 영향력이 있고 존경받을만한(선생님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지 말라) 모습일 때 아이들에게도 유익하다는 것입니다. 권위 부재는 결국 아이들로 하여금 선생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소홀히 여기도록 만들며 아이들의 인성과 지성이 성장될 수 있는 학교라는 터전을 흔들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선생님들을 대하는 오늘날 학부모들의 태도와 너무나도 대비되기에 기억을 더듬어 말해보고자 합니다. 권력과 재물을 다 가진 쟁쟁한 집안의 아이가 말썽을 피우기에 선생님이 체벌을 했다고 합니다. 아이는 화가 나서 자기의 아버지에게 고자질을 했고 아버지보고 그 선생님을 혼내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내일 선생님을 뵙겠다고 하면서 집으로 초대를 하겠다고 했습니다(호출의 개념이 아닌). 아이는 기고만장해졌습니다. 이제 선생님이 아버지에게 혼이 날 것이고 기가 죽은 선생님이 자기에게 조심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아직 어리지만 아버지가 가진 힘의 실체를 조금이라도 목격한 적이 있는 아이의 삐뚤어진 생각이 엉뚱한 쪽으로 발전해간 것입니다.


다음날 저녁 선생님이 올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아이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두근거리며 벨소리가 울리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침내 벨이 울렸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눈에 기절초풍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늘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기만 하던 자기의 아버지가 후다닥 뛰어나가더니 선생님 오셨냐고 영접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이 방안에 들어오자마자 상석을 권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그제야 깨닫습니다. ‘선생님은 대단한 우리 아버지보다 더 높은 사람이구나. 그러면 아버지에게 일러도 소용이 없겠네. 앞으로 말도 잘 들어야겠네’.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기 위해 일부러 선생님을 초대했으며 아이 앞에서 선생님을 한없이 높였던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그 아이가 그 후로 선생님을 어떻게 대하고 선생님이 하시는 이야기에 어떻게 귀를 기울였을지 그림이 그려집니다. 선생님을 높이고 세워준 아버지의 행동은 결국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의 인성교육에 큰 보탬이 되었던 것입니다. 만약 아버지가 선생님을 불러 묵사발을 만들었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고요.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학부모들은 교권을 무너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어리석은 치맛바람 혹은 바짓바람이 아이들을 위하는 것인 양 꾸며도 실상은 자신들의 이기심을 만족시키려는 치졸한 행위이며 결국 자신들의 아이들에게도 백해무익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잘못에까지 침묵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위임의 요소를 이해하지도 못하는 학부모의 모습은 무지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학부모들 먼저 선생님들을 소중히 여기고 존경합시다. 그것이 아이들을 위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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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뉴스 칼럼 http://www.e-goodnews.co.kr/sub_read.html?uid=50809&section=sectio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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