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지 못하고 학대받는 아이들 / 안희환
(오랑아슬리 아빠와 아이)
말레이시아를 2주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수도인 꾸알라 룸푸르, 행정수도인 프트라자야, 제2의 도시인 조호바르 등을 방문하였는데 주로 머물렀던 지역은 꾸안탄이라는 도시입니다. 그곳은 말레이시아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데 우리나라의 지방도시 정도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그곳 꾸안탄으로부터 4-5시간 정도 차를 몰고 가면 오랑아슬리 족이 사는 곳이 나옵니다. 원래 도로가 깔렸던 곳이 아닌데 그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솔베스티앙의 노력으로 콘크리트 길이 생겼고 그 덕분에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글을 가르치는 솔베스티앙)
(공부하는 아이들)
그곳의 아이들은 상당히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글을 배우지 못한 탓에 성장할 기회를 차단당하고 있었습니다. 솔베스티앙은 그런 그들에게 글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항목들을 가르쳐주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솔베스티앙을 잘 따랐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에게 교육보다 더 절실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도덕성이란 것이었습니다. 그 어떤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된 아이들이다 보니 도덕성 역시 엉망인 것입니다. (그 부모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만). 교육을 받으러 온 아이들 뒤편에 어린 소녀가 아이를 엎고 있었는데 나는 처음에 어린애의 누나인줄만 알았습니다.
(뒤에 있는 아이 엄마는 10대이다)
그러나 그 소녀는 어린 아기의 누나가 아니라 엄마였습니다. 순간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그곳에서는 10대 중반이나 후반에 아기가 생기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나 사회로부터 어떤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그 아이들이 본능에 따라 살다 보니 그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그 마을에서 일어난 일인데 어린 아내가 바로 옆 마을의 다른 남자에게로 가서 함께 사는 일이 발생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도덕성이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 나이가 들어도 기본적인 판단능력이 결여되어 있기에 어리석은 행동을 되풀이 하는 것입니다.
(나는 감시자이다 ^0^)
오랑아슬리 족을 방문해서 겪은 일련의 일들로 인해 우리나라 외의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 특히 방치된 어린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에 자료나 기사를 수집하다 보니 보호받지 못한 채 불쌍하게 사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접한 몇 가지 일만 해도 그렇습니다. 브라질에서서는 9살짜리 여자 아이가 임신한 상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인디오 여자아이인데 경찰 조사 결과 그 아이는 이미 임신 5개월이었으며 심한 청각장애와 말라리아 증세를 보였습니다.
비록 그 아이가 현재는 마나우스 시에 위치한 공립 산부인과로 옮겨져 보호를 받고 있지만 아이를 출산하여도 돌볼 능력이 없을뿐더러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또 다시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 자라야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보다 더 끔찍한 소식은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열두살 소녀 굴소마의 이야기입니다. 겨우 네 살의 나이에 결혼을 해서 7년간 노예처럼 산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12명의 시동생과 시누이를 돌보는 일, 모든 가사 노동을 전담하는 것으로 인해 잠잘 시간조차 제대로 얻지 못한 굴소마는 시아버지가 손님을 맞을 때나 겨우 토막잠을 잘 수 있었으며 밤에도 담요 한 장 없이 집밖의 카펫 조작 위에서 잠을 자야했습니다. 먹을 것이라고는 하루 종일 빵 한 조각일 때가 많았습니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시아버지의 폭력인데 몽둥이를 가지고 수시로 폭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12명의 자녀들에게도 그 폭행에 동참하도록 한 것입니다. 심지어 굴소마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그녀의 맨 등을 도마로 활용하기도 했다하니 그게 과연 사람이 할 짓인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드러난 극히 일부분의 일이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보호받지 못한 채 장치되는 아이들, 학대받은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까이에는 저 북한에, 더 가까이에는 우리나라 안에도 있습니다. 꿈을 꾸며 자라야할 나이에 절망을 먹으며 무너져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입니다. 그들이 내가 속한 나라의 아이이든 다른 나라의 아이이든 그 모든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하며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잘 자라날 수 있는 권리를 누려야만 합니다. 정부나 종교, 사회의 각종 단체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도울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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