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비싼 음식에 목숨 걸 이유 있나 / 안희환

안희환2 2006. 5. 9. 08:26

비싼 음식에 목숨 걸 이유 있나 /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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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싼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서 상당 부분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다 한번 가족들끼리 고급음식을 먹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지만 빈번하게 그러는 것은 죄(?)라는 생각까지 드니 말입니다. 특별히 목회자들이 비싼 음식을 즐기는 경우에 대해서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보통 교회에서 부흥회를 하면 강사 접대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때 성도님들이 모처럼 목사님들을 대접한다고 좋은 음식점으로 모시고 가곤 합니다. 사모님들과 몇몇 중직들이 함께 식사하러 가는 경우 몇 십만 원은 쉽게 들어갑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꼭 저렇게 해야하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나 역시 부흥회를 다닐 때 그런 접대를 받곤 했었습니다(지금은 교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부흥회 나가는 것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차를 타고 먼 곳으로 가서 음식을 사주었는데 시간까지 아까워서 속상해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 집회에 가기 전 초대한 목사님들과의 통화에서 부탁을 하곤 했습니다. 식사 접대를 할 경우 멀리 가지 않았으면 좋겠으며 비싼 음식도 삼갔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아침 식사의 경우는 근처 해장국집에서 혼자 먹도록 해주면 오히려 도움이 되겠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해주시는 경우 시간도 절약되고 돈도 아끼고 마음도 편해져서 참 좋았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비싼 음식을 먹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섬기는 교회의 성도님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온갖 고생을 하며 일하고 그렇게 일해 봐야 많은 돈을 벌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힘겹게 모아 드린 헌금으로 값비싼 음식이나 사먹는 것이 죄가 아니가 뭐겠습니다.


며칠 전 교회의 한 권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60가까우신 분인데 남편 집사님은 박봉을 받으며 궂은일을 하고 계시고 형편이 쪼들린 상황에서 권사님 역시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지금 하고 계시는 일은 용역 회사에 소속되어 청소하는 일인데 새벽 5시 30분에 일을 나가십니다. 몸이 많이 피곤하다고 하는데 받는 월급은 70만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말 권사님을 힘들게 하는 것은 힘든 일도 아니고 적은 월급도 아니며 일을 시키는 사람들의 고압적인 태도라고 하셨습니다. 툭하면 자른다느니 일할 사람은 남아돈다느니 하면서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입니다. 1년 계약직의 일인데 내년도에는 안될지도 모른다느니,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라느니 하면서 압력을 가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어쩔 수 없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데 참 속상하다는 권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옳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런 분들이 정성을 다해 드린 헌금을 교회가 엉뚱한 곳에 낭비한다면 그것은 용서받지 못할 죄라고 말입니다.


사실 먹고 마시는 것에 그토록 집착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배고프지 않고 영양이 모자라지만 않으면 그 어떤 것이라도 감사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엉뚱한 곳이 낭비되는 돈을 모아서 차라리 선교비로 사용하든지 구제비로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부터 이런 부분에 모범이 되지 않고 탐심을 보인다면 교회가 세상 속에서 지탄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입니다.


호텔 같은 곳에서 회의하며 고급 음식을 먹어야 좋은 회의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강사님들이 고급 음식점에서 비싼 음식을 먹어야 더 능력 있는 설교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닐진대 먹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주님이 어떻게 사셨는지 기억하며 어려운 성도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