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끔찍한 여자, 더 끔찍한 정권 / 안희환

안희환2 2006. 3. 19. 01:31

끔찍한 여자, 더 끔찍한 정권 /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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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여자가 등장했습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동물들을 하이힐로 밟아죽이는 여자 말입니다. 30대 가량된 중국의 여성인데 그토록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그것을 사진으로 찍었고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그 여자가 작은 동물을 밟고 있는 사진을 찍은 걸 보니 함께한 사람이 또 있었다고 여겨집니다.


중국 정부는 이 일에 주목을 하였고 그 잔인한 여성의 신원을 파악해서 처벌하기로 했습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여자만이 아닌 그런 사진을 공개적으로 올리고 네티즌들을 끌어들인 사이트에 대한 제재도 함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엽기적인 그 여자에 대해 중국만이 아닌 한국의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 여자는 왕줴라는 여성으로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근처의 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였습니다. 그녀는 이혼을 한 후 우울증으로 고생을 했는데 힘 있는 때에 아부하고 힘이 없을 때 푸대접하는 세상인심을 느꼈고, 그것을 동물의 몸에 털어놓았다고 변명을 하였습니다. 이런 변명을 접하면서 더욱 끔찍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자신의 정서를 위해 다른 존재를 가차없이 짓밟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그런데 이 엽기적인 여자의 이야기와 이에 분노하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서 내게는 또 다른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동물이 아닌 사람, 그것도 수많은 사람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북한의 인권문제입니다. 사람을 동물보다 더 못하게 다루는 사람같지 않은 사람들의 정권 말입니다.


다섯 차례 중국을 방문하면서 그곳에서 탈북자를 만났습니다. 북한의 굶주린 상황과 인권 탄압의 실상에 대해 많은 뉴스를 접했었지만 직접 듣는 이야기는 또 달랐습니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잡혀들어갔다가 목숨을 걸고 다시 도망친 이야기를 들을 때는 온 몸이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용케도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이 아닌 사람이, 그것도 한 개인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짐승처럼 다뤄지고 있음을 폭로한 요덕스토리 이야기로 화제가 만발한데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것이라 말하는 정성산 감독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가족이 간첩의 누명을 쓴 덕에 딸이 강간을 당하는 것도, 혀가 잘린 채 목숨을 연명하는 것도, 쥐를 잡아먹기 위해 아이들이 몰려다니는 것도 바로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이리 잠잠한지 모르겠습니다. 동물을 잔인하게 죽인 엽기적인 여자에 대한 분노보다 더 큰 분노가 네티즌들 사이에 일어나야 하는데 말입니다. 저마다 저 불쌍한 북쪽의 우리 동포들을 위하여 한 마디씩이라도 외쳐야 하는데 말입니다. 하기야 북한인권문제에 기권한 것이 우리나라 정부인데 무엇 더 말하겠습니까?


친북적인 발언을 쉽게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도 되는 듯이 찬양하는 차원이라면 그 낙원으로 그들을 수출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인권이 전가의 보도라도 되는 듯이 사사건건 인권을 들먹이며 자기 주장을 하면서도 정작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함구하는 이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북한이 투명망토라도 입고 있는 모양입니다.


끔찍한 여자의 등장으로 끔찍스러운 마음이 들어 궐기를 하듯이 일어난 수많은 네티즌들이 끔찍한 여자보다 더 끔찍한 북한의 만행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길 기대합니다. 관심을 기울인다고 당장 어떤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힘 하나하나가 모여 큰 힘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정부가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