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술 때문에 망한 사람들

안희환2 2006. 3. 21. 00:34

과도한 술이 나라를 망친다 / 안희환 

  술.jpg

 

이 세상 최초의 인간이 포도나무를 심고 있었습니다. 그때 악마가 찾아와서 물었습니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인간을 대답을 했습니다. "멋진 식물을 심고 있지". 악마는 중얼거렸습니다. "이런 식물은 본 일이 없는데...". 인간은 악마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여기에 아주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가 열려서 그 즙을 마시면 당신은 행복하게 된다."


악마는 그렇다면 자기도 한 몫 끼워달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양과 사자와 돼지와 원숭이를 데리고 와서 네 마리 짐승을 죽이고 그 피를 비료로 쏟아부었습니다. 여기에서 포도주가 생겼습니다. 악마가 주는 것이 좋을 리 없습니다. 실제로 술은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습니다.


아무튼 악마가 거름으로 준 짐승 피의 순서대로 술을 먼저 마시기 시작할 때는 양처럼 순하고, 좀 더 마시면 사자처럼 강포와 행패를 부리게 되고, 그보다 더 마시면 돼지처럼 더럽게 되며, 너무 지나치게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 부르며 해롱거리게 됩니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술인 것입니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술을 적당히 마시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문제는 한국인의 기질상 적당히 하고 마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하면 절제하지 못한 채 술이 술을 마시게 하고 결국은 술이 사람의 인성까지 마시게 하곤 하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어둡게 만드는 많은 사건들 중 상당수가 술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런 것들을 접할수록 술 권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도 바람직한 사회도 아니라는 확신을 더 많이 가지게 됩니다. 사회가 병들고 건전한 감정해소의 공간을 갖지 못할 때 술이 돌파구라도 되는 듯이 인기를 얻지만 결국은 사람을 망가지게 만들고 사회를 어수선하게 만들곤 하는 것입니다.


그 몇 가지 예를 최근의 것들만 가지고 들어보겠습니다.


1.

성추행으로 유명해진 최연희 의원 사건은 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최의원은 면죄부를 얻기 힘든 상황입니다만 술에 취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간 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는 의문입니다. 더구나 파급 효과가 큰 신문 기자를 대상으로 말입니다. 술에 취하면 필요 이상으로 대담해지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2.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치상)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계약직이었던 여 교사가 계약 만료로 그만 두게 되자 회식을 해준다고 하였는데 술을 마신 여교사가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 성폭행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술이 성폭행의 중심적인 요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주변적인 요인이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3.

대형마트에 설치된 리프트 아래서 용변을 보던 50대가 하강하는 리프트를 미처 피하지 못해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술에 취해 용변을 보던 김씨(55)가 2층에서 하강하는 리프트를 미처 피하지 못해 발생한 사건입니다. 멀쩡한 정신이었다면 리프트 내려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피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 애초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급하게 용변을 볼 일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4.

남편(49)이 아내(40)를 밀쳐서 중태에 빠지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술을 마시고 돌아온 남편의 눈에 술에 취한 채 어머니에게 욕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는데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아내를 여러 차례 밀어버렸고 아내는 장론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중상을 입게 된 것입니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아내는 뇌출혈과 늑골 골절 중상을 입었습니다.


5. 

아내를 목 졸라 죽이게 한 강씨(50)의 이야기도 충격적입니다.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온 강씨는 잠자던 아내와 성관계를 가지려 했고 아내가 완강히 거부하며 소리를 지르자 양손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입니다. 강씨는 술을 즐기는 알콜 중독자였는데 결국은 술이 아내를 죽게하고 자신을 살인자로 만든 것입니다. 알콜 중독자가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런 예들은 한도 끝도 없이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내용들만으로도 술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술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술에 취했을 때 생길 수 있는 피해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런데 사회가 점점 더 술 권하는 사회로 변해가니 걱정스러운 마음입니다.


술은 국가적으로도 많은 피해를 받게 합니다. 최근엔 음주로 인한 가정폭력으로 연간 3조2천976억원상당의 비용이 든다는 연구 결과(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나왔습니다. 사실 이런식으로 정확한 액수를 추정한다는 것엔 무리가 있지만 술로 인한 가정의 파괴는 심각한 현실입니다. 또한 가정이 피해를 입는 것이 사회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결국 국가적으로도 손해가 되는 것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 글에 마음이 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절제하며 술을 마시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술 마시는 것은 하등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항변할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만 한국인이 정도 이상으로 술을 좋아하며 술 때문에 더 힘들어지는 가정도 많으며 과음으로 병이 나기도 하고 정상적이지 못한 행동이나 범죄로 연결되기도 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나라가 술 권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하루 빨리 졸업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