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주님 길이 좁습니다 / 안희환

안희환2 2006. 1. 24. 01:00

주님 길이 좁습니다 /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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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길이 좁습니다.

나란히 가고픈 친구가 있는데

길이 좁아 함께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일 속삭이고픈 연인이 있는데

길이 좁아 떨어져가야만 합니다.


주님

길이 너무 험합니다.

넘어져 깨진 무릎에서 흐른 피

덩어리진 채 붙어있습니다.

가파른 언덕을 힘겹게 오를 때면

한번의 호흡조차 짐스럽습니다.


주님

저 옆의 넓은 길도 있는데

왜 주님은 좁은 길을 가라십니까?

그래도 묵묵히 길을 걷는 것은

주님이 먼저가신 길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기뻐하시는 길이기도 하고요.


주님

때로 눈물이 납니다.

십자가 위에 달리실 때 입으셨던

세마포 옷자락으로 닦아두세요

2000년의 시간 속에 굳은 피

그 흔적에 얼굴을 묻고 싶습니다.


주님

오늘도 걸어가고 있습니다

언제 그 길이 끝이 날지 모르지만

그 길 끄트머리에 집이 있습니다

긴 여정 무건 짐을 벗어버리고

영원히 거할 나의 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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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영복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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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