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오늘 큰일 날 뻔 했다/ 안희환

안희환2 2005. 11. 29. 07:52

오늘 큰일 날 뻔 했다/ 안희환 

 

 

자동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실수를 저지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자칫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는 것이 자동차 관련 실수이기에 조심하려고 애를 쓰지만 좀 덜렁대는 스타일인 나로서는 실수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집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지만 지나고 나면 아차 싶은 일들이 자꾸 발생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그와 같은 실수 하나가 있었습니다. 자동차를 몰고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트럭 한 대가 주차장 입구를 막고 있었습니다. 일단 차를 멀찍이 세운 후 내려서 확인을 해보니 베스트마트의 차였는데 물건을 내리는 중이었습니다. 나는 차 좀 들어가겠다고 했고 베스트마트 직원은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내 차로 가려고 고개를 돌린 나는 기겁을 하며 놀랐습니다. 내 자동차가 나 있는 쪽으로 서서히 미끄러져 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얼른 달려가 멈추게 하려고 차를 잡았는데(느린 속도라 혹시 설 줄 알고 ^0^) 어림도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얼른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다음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자동차는 정지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습니다.


베스트마트 트럭은 혼자서 움직이는 내 차를 보고 순식간에 빠져나갔는데 운전자가 그렇게 빠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 트럭을 들이받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과일 가게 아저씨는 눈이 똥그래져서 묻습니다. “아니 왜 자동차가 저절로 움직입니까?”. 순간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아이구 창피해~~


이번 사건의 발단은 간단합니다. 재 자동차가 오토인데 변속기를 전진으로 해 놓은 채 내렸던 것입니다. 중립이나 주차 상태로 해 놓았다면 차가 움직이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중립으로 해 놓았더라도 사이드 브레이크를 세게 걸어 놓았으면 어느 정도 차를 붙잡아 놓으련만 그것도 약하게 걸어 놓은 모양입니다. 그도 아니면 사이드 브레이크가 닳아서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든지.


주차장 안에 차를 세우고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다양한 생각들이 밀려들어옵니다.


1. 평소에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구나


사소한 흐느적거림이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사실 대형사고라고 하는 것이 작정을 하고 일으켜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부주의한 실수 하나 때문에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는 것이지요. 내 경우도 단순한 실수이지만 만약 그 앞에 사람이라도 있어서 깔리게 되었다면? 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2. 브레이크라고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구나


기껏 밟은 브레이크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면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실수로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엑셀레더를 밟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은 것도 감사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을 때 제대로 작동해 준 것도 감사한 일이지요. 누구라도 전진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 전진에 제동이 걸리는 것을 불편해 하지만 제동을 걸 장치가 없는 것이 더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도, 조직도, 국가도 마찬가지이고.


3. 발 빠른 행동이 피해를 없앨 수 있구나


인사할 겨를도 없이 빠져나간 베스트마트의 직원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내 차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 주었기에 사고를 면할 수 있었으니까요. 누군가의 실수로 일어날 수 있는 피해를 지혜롭고 재빠른 다른 사람의 판단과 행동으로 없애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확실히 둔한 사람보다는 순발력 있는 사람이 위기상황에는 훨씬 유익한 것 같습니다.



놀라기는 했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런 계기를 통해서 또 한번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었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만한 아이디어를 제공받았기 때문입니다. 마치 글을 쓰기 위한 재료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겐 이런 일들 하나하나가 소중한 삶의 발자국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사이드 브레이크는 강하게 당겨놓을 생각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