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누군가가 내게 무엇을 재산으로 생각하고 묻는다면 나는 [사람]이라고 대답을 할 것입니다. 사람이야말로 돈보다 더 가치 있고 더 유용하며 더 오래가는 재산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람을 사귈 때 함부로 시작하지도 않지만 일단 교제를 시작한 후에도 여간해서는 갈라서지 않습니다. 그 귀한 재산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화단을 가꾸는 것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화단에 신경을 조금만 덜 써도 금방 원치 않는 잡초들이 생겨나고 고운 꽃나무들은 시들해진 채 아름다움을 잃어가듯이 사람과의 교제도 서로 소홀해지는 순간부터 서로의 관계가 점차 시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멋진 화단을 원하는 사람이 애정을 가지고 화단을 보살피듯이 좋은 만남을 이어가기 원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변함없는 사람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입니다.
찐이님
요즘 내게 생긴 기쁨 가운데 하나는 내가 소중한 재산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사귈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사이버 세상에 빠져서 풍성한 인간관계를 소외의 인간관계로 만들지 모른다고 우려했던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참으로 역설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오히려 사이버 세계를 통해 현실 세계의 폭이 커지는 경험.
만났던 분들 중에 한 명은 [찐이]님인데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회사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성격이 무척 활달하고 명랑한 분이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데 첫 만남에서조차 분위기를 따스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장난스럽게 말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깊이가 있고, 한없이 명랑하면서도 진지함이 묻어나오는 그런 스타일이었습니다.
또 한 분은 [손]님이신데 세 아이의 엄마이면서 남편과 함께 학원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키가 큰 미모의 여성이었는데 대화를 잘 이끌어나갈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잘 세워주는 분이었습니다. 암으로 인해 투병생활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젠 다 극복했으며 전혀 아파보지 않은 사람 같은 밝은 얼굴은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더구나 큰 매력이었던 것은 밥값과 찻값을 혼자서 다 쏘았다는 점입니다. ^0^
(내 글이 실린 책을 한권씩 선물함)
나는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듣기도 했지만 듣는 것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사람살이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많은 공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두 분은 서로간에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같지 않게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오랫동안 교제를 나눈 자매 사이 같아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찐이]님이 편지와 초콜릿 하나를 내놓았습니다. 그게 뭐냐고 했더니 푸른미소님이 준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찐이]님 말로는 푸른미소님이 글을 올리지도 않고 댓글도 거의 달지 않지만 내가 올리는 글을 계속 읽고 있다고 하는데 참 기뻤습니다. 그 자리에서 편지를 개봉하고 읽었는데 웃음이 저절로 생겼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내 글을 읽으며 맞장구도 치고 미소도 짓고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
(출근해서 일해야죠 ㅎㅎㅎ)
내 미소가 사우디 선교사로 가진 어느 목사님의 미소와 닮았다...
보이지 않는 내 팬이 많이 있다(설마 그럴 리가...아이고 입이 안 다물어지네)...
나와 아내와 아이들에게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라는 세심한 배려의 글까지...
이런 일을 겪는데 사이버 세상에서 교제를 나누는 것이 삭막하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이버상에서도 이미 따스함이 담긴 글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이어지기도 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더 풍성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인터넷의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추운 날씨에 오히려 더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귀한님들이기를 기도하였습니다. 다음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이번에도 더 많은 분들이 오기로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못 왔다고 합니다) 함께 모여 아름다운 이야기의 꽃을 피우리라 기대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폭을 넓혀가도록 도움을 주는 인터넷 세상에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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