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나무 십자가 아래에서 / 안희환

안희환2 2005. 11. 6. 22:29
나무 십자가 아래에서 / 안희환 


 

긴 가로대

보다 더 긴 세로대

위에 버둥대는

벌거벗은 형상

이마에 흐른 피

눈을 쓰라리게 만들면

찌뿌리는 얼굴

그렇게 매달려 있었지


때리는 대로 맞고

찌르는 대로 찔리고

목 사이에 묻은

가래침을 닦지도 않은 채

바라보는 사람들

에게서 들리는 조롱들을

그저 가슴에 안았었지


그 아래 손가락질 하던 영혼

2000년전 그 나무

아래에서 문득 본

하나님의 눈물

안에 담긴 사랑 땜에

2000년 후 이 자리

꿇은 무릎이 되었지.


오! 갈보리

나무 십자가 위의

내 주님

나의 예수시여

사랑한단 말도 사치스러워

울고만 있는 어깨

위에 놓인 손길

그건 분명 당신의 것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