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십자가 아래에서 / 안희환
긴 가로대
보다 더 긴 세로대
위에 버둥대는
벌거벗은 형상
이마에 흐른 피
눈을 쓰라리게 만들면
찌뿌리는 얼굴
그렇게 매달려 있었지
때리는 대로 맞고
찌르는 대로 찔리고
목 사이에 묻은
가래침을 닦지도 않은 채
바라보는 사람들
에게서 들리는 조롱들을
그저 가슴에 안았었지
그 아래 손가락질 하던 영혼
2000년전 그 나무
아래에서 문득 본
하나님의 눈물
안에 담긴 사랑 땜에
2000년 후 이 자리
꿇은 무릎이 되었지.
오! 갈보리
나무 십자가 위의
내 주님
나의 예수시여
사랑한단 말도 사치스러워
울고만 있는 어깨
위에 놓인 손길
그건 분명 당신의 것이리.
'안희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편의 14행시/ 안희환 (0) | 2005.11.09 |
---|---|
첫 번째 걸음에서 다섯 번째 걸음까지 / 안희환 (0) | 2005.11.08 |
그림자의 위력/ 안희환 (0) | 2005.10.30 |
의미가 실리면 / 안희환 (0) | 2005.10.02 |
소금창고로 쓴 4행시/ 안희환 (0) | 2005.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