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항변/ 안희환 시인
널 묶으려 한 게 아냐.
내가 살기 위해서였을 뿐.
집 없이 살 순 없잖아.
먹지 않고 살 순 없잖아.
집을 지은 것뿐이고
먹고 살려할 것뿐인데
네가 걸려들었을 뿐이야.
새벽이 올 때 맺힌 이슬
예쁘다는 걸 나도 알아.
그렇지만 난 난초가 아닌 걸.
이슬만 먹고 살 순 없어.
이슬 한 모금 마셨다가
엄청 고생한 걸 넌 모를 걸.
어쩔 수 없는 게 있어.
널 묶으려 한 게 아냐.
애써 그물을 짠 후
던진 게 아니란 걸 알잖아.
거미줄을 짜서 늘어놓고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네가 달려와 걸려버린 거지.
내게 책임전가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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