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친구야/ 안희환 시인

안희환2 2016. 10. 22. 16:50

친구야/ 안희환 시인

 

어릴 적 판자촌 우리 집은

장마철 물난리 난 후

자유낙하식 화장실 범람으로

방안까지 오물이 들어왔어.

 

그런 집에 사니

사람에게서도 냄새가 났겠지.

그런 날 향해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곁에 있어주었던 네가

새삼 고마워진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데

사람이란 게 다라지만

실은 그렇지 않단 걸 알아.

이리저리 재보고 다가서거든.

 

지금에야 많이 다가오기만

냄새 풍겨도 그럴까?

아마 꽤 떨어져나갈 걸.

그걸 알기에 친구야

네가 더 그리운 가을이구나.


'안희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 안희환 시인  (0) 2016.10.22
거미의 항변/ 안희환 시인  (0) 2016.10.22
어머니와 아들/ 안희환 시인  (0) 2016.10.17
웃어야지/ 안희환 시인  (0) 2016.10.17
그러면 그런대로/ 안희환 시인  (0) 201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