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안희환 시인
어릴 적 판자촌 우리 집은
장마철 물난리 난 후
자유낙하식 화장실 범람으로
방안까지 오물이 들어왔어.
그런 집에 사니
사람에게서도 냄새가 났겠지.
그런 날 향해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곁에 있어주었던 네가
새삼 고마워진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데
사람이란 게 다라지만
실은 그렇지 않단 걸 알아.
이리저리 재보고 다가서거든.
지금에야 많이 다가오기만
냄새 풍겨도 그럴까?
아마 꽤 떨어져나갈 걸.
그걸 알기에 친구야
네가 더 그리운 가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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