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이라크·시리아 넘어 리비아서도 빠르게 세 확장 ... 원동력은 '원유 밀매'·'밀매 묵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가 이라크와 시리아를 넘어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오일머니를 앞세워 세력을 빠르게 확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미국 주도의 잇따른 공습과 친미 쿠르드족 반군 등의 진격으로 사상자와 이탈자 수가 증가하면서 이라크에서는 IS 세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9일 뉴욕타임스(NYT), USA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IS 리비아 지부는 시리아와 이라크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지난 2월 리비아 북부 지중해 연안 수르트에 있는 요충지요 인구 70여만명의 도시인 시르테(수르트)를 장악한 이후 세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조직원 수가 처음에는 2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천∼5천여 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최근에는 사우디 아라비아 등 외국 출신 '새피'들의 합류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는 행정·재무 전문가들로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르테는 리비아의 대표적인 원유 수출항이다. 리비아에서 생산되는 원유 가운데 84%가 유럽으로 수출되는데, 이 가운데 상당량이 시르테에서 선적된다.
IS가 이런 중요한 도시인 시르테를 장악함에 따라 안정적인 '돈줄'을 확보하게 됐고, 북아프리카를 넘어 중동과 유럽 공격을 노리고 있다.
시르테 동쪽으로는 주요 유전과 정유공장이 밀집해 있는데, 시르테 인근 유전과 정유소들을 추가로 장악하는 것도 시간 문제인 상황이다. 먼저 시르테 동쪽의 또 다른 주요 도시이며 유전 도시인 아즈다비아가 IS 수중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승승장구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IS는 원유 시설 운영 경험자들을 신규 조직원으로 모집하는 데 주력해, 차지한 유전과 정유소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리비아는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는 관문이어서, IS가 리비아의 주요 도시를 장악하고 유전 지대를 손에 넣을 경우, 직접적인 유럽 타격도 노릴 수 있다.
시르테와 이탈리아 시칠리아섬과 거리는 643㎞에 불과하며, 시르테 지역을 담당하는 리비아군 정보국 책임자는 "시르테에 똬리를 튼 IS의 의도는 분명하다"며 "싸움터를 이탈리아 로마로 확대하려는 것이 희망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IS 지휘부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거점을 상실할 경우 시르테를 새로운 투쟁 거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IS는 그동안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도 원유 밀매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세력을 키워왔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IS가 원유 밀매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하루 130만달러, 연간 5억달러에 달한다.
또 IS는 자신들이 장악한 이라크와 시리아 유전지대에서 하루 4만 7,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국제 시세보다 싸게 판매해왔는데,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원유 판매로 얻는 수익이 매일 84만6천달러(약 9억3천만 원)에서 160만 달러(약 17억6천만 원)에 달한다. 그리고 IS가 점령 지역에서 생산하는 원유로 버는 수익은 하루 평균 150만~360만 달러(17억 3천145만 원 ~ 41억 5천548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이라크에서 유전 350곳을 차지했고, 시리아에서는 유전 지대의 60%를 장악했다.
IS는 알카에다가 사우디아라비아 건설업계 재벌의 아들로 태어난 오사마 빈라덴의 사업 수완과 재력, 걸프 지역 큰 손의 기부로 운영된 것과 전혀 다른 자급자족의 시스템을 갖춘 것. IS가 이라크와 시리아를 넘어 다른 중동국가와 북아프리카, 심지어 유럽에서까지 추종 세력을 끌어모을 수 있는 원동력도 바로 원유 밀매를 통한 자금력에 있다. 따라서 원유 밀매라는 자금줄을 끊지 않으면, IS 격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등이 IS 원유 밀매 차단에 나섰지만, IS의 원유 밀매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IS가 워낙 싼 가격에 중개업자에게 원유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IS에 소속된 원유 기술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 가격에 비해 원유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특히 시리아는 물론 터키를 통해서도 원유를 밀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모와파크 알루바이 전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한 언론에 IS가 지난 8개월간 터키 암시장에 8억달러(약 9천250억원) 상당의 원유를 팔았다고 주장하면서, 터키가 IS의 원유 밀매를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측도 터키군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과 관련, 시리아와 터키 국경을 오가는 원유 차량을 공습하다가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물론 미국과 프랑스 등도 최근에는 IS의 자금줄을 끊기 위해 석유 관련 시설에 공습을 집중하고 있다. 유조선과 유조탱크, 유조차 등이 대상이다.
그러나 원유는 시리아와 이라크에도 생명줄이어서 국제동맹군이 군사작전을 통해 유전시설을 다 파괴하지는 못하고 있다.
IS는 또 스스로를 '국가'라고 부르면서 다른 테러조직과 달리 점령지를 초토화하지 않고 자체적인 행정 체계를 운영하면서, 갖은 명목의 세금을 뜯고 있는데, 원유에서 나오는 돈의 3분의 1 규모인 전체 수입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점령지에서 농산물을 빼앗아 얻는 수익도 7%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IS의 이라크 점령지에서 나오는 밀이 이라크 전체 생산량을 40%를 차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었다.
스스로 적으로 여기는 세력에 대해서는 극악무도하지만, 참수하고 총을 쏘고 테러만 벌이는 단순한 무장세력은 아닌 셈이다.
이런 가운데 빠르게 세력을 키우고 있는 리비아와 달리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IS는 미국 주도의 공습 강화와 친미 쿠르드족 민병대의 진격 등으로 사망자가 속출하자 조직을 이탈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이 밝혔다.
워렌 대변인은 공습이 시작된 이후 IS의 사망자 수는 지난 10월 중순 이후의 3천 명을 포함해 2만 3천여 명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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