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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꾼이나 웨이터 역이나 하던 한석규씨가

안희환2 2015. 7. 11. 19:56

가마꾼이나 웨이터 역이나 하던 한석규씨가

 

맨 처음 그에게 주어진 배역은 가마꾼 네 명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슨 배역이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겠지'하며 실망하지 않고 이를 악물었다. 야산에서 가마를 들고뛰는 일은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었다. 가마 무게 자체가 너무 어마어마한 데다 사람까지 타고 있으니 숨이 턱에 차고 온몸에는 땀이 비오듯했다. 촬영 뒤에 밥을 먹을 땐 수저를 들 힘조차 없었다.

 

한번은 그에게 웨이터 역할이 주어졌는데, 주어진 대사는 "뭘 드시겠습니까?" 그 단 한마디였다. 그 대사를 몇 번이나 곱씹다가 그는 직점 웨이터의 행동과 말씨를 관찰하기 위해 술집에 갔다. 그리고 웨이터의 목소리, 손놀림을 유심히 보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웨이터를 불렀다. "물 한잔만 갖다 줘요." "냅킨 좀 주시겠어요?" 등등 술과 안주는 조금 시켜 놓고 남 모르는 꿍꿍이로 심부름만 시켜 대며 그 대사를 수도 없이 연습했다. 그는 이렇듯 작은 배역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충실히 연습을 하다가 마침내 오늘날의 대배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