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권사님을 위해 구청에 쫓아가다/안희환목사(예수비전교회)
권춘자 권사님은 야채 장사를 하십니다. 요즘은 마늘 철이라 마늘을 많이 파시고요. 몇 차례 심방을 갔었는데 장사하시는 곳에 건물 안이 아닙니다. 건물 옆의 빈 공간을 매달 40만원에 세를 얻어서 장사를 하시는 겁니다. 제대로 쉴만한 공간이 없으니 피곤하다고 누워있을 수조차 없습니다.
건물 바깥이기에 겪는 불편함은 그게 다가 아닙니다. 날씨를 많이 탈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에는 너무 춥습니다. 난로를 갖다놓고 장사를 한다 해도 사방에서 부는 바람을 다 막을 수는 없습니다. 여름에는 너무 덥습니다.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울 듯 합니다.
그런데 대단한 것은 권사님이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 와중에도 공예배를 철저하게 지키신다는 것입니다. 수요예배나 금요예배 시간이 되면 장사하던 걸 그냥 놔두고 교회로 달려오십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다른 때는 몰라도 제가 집회 인도를 나가 있는 동안에는 기도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면서 피곤한 몸을 깨워 새벽기도를 하십니다.
제가 놀라는 것은 힘들게 번 돈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많이 한다는 점입니다. 일단 헌금 생활이 철저하십니다. 권권사님처럼 통 크게 헌금하는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또한 권사님은 선교하는 일에도 앞장 서십니다. 교회에서 하는 것 외에도 따로 선교 헌금을 보내는 곳들이 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서 구제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십니다. 권사님은 입버릇처럼 말씀하십니다. “돈 벌어서 뭐 하겠어요? 하나님 나라 위해서 써야지요.”
이런 권사님께 하나님이 복을 내리십니다. 이상하게 권사님이 야채를 팔면 너무나도 잘 팔리는 것입니다. 이번에 마늘을 판매하는 중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납니다. 100접씩 갖다놔도 저녁이 되면 다 팔려서 남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권사님을 보면 백배의 농사를 지은 이삭이 생각납니다. 하나님의 역사를 빼면 권사님의 장사 실적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권사님은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장사가 너무 잘 되니 샘을 내는 사람들이 있는지 민원이 들어간 것입니다. 그것도 계속적으로 민원이 들어가다 보니 공무원들이 여러 차례 찾아왔고 권사님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습니다. 저는 권사님께 다음에 또 오면 찾아오는 공무원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만나 보겠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권사님이 전화하셨습니다. 자신이 잠간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공무원이 왔다 갔다는 것입니다. 마늘을 몽땅 실어가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구청에 찾아가보겠다는 것입니다. 권사님이 혼자 가셔봐야 별 효과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 저는 권사님께 저와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차에 권사님을 모시고 구청으로 갔습니다.
구청의 젊은 직원 하나가 자기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사정을 알아봐주었습니다. 동사무소에도 전화하고, 건설행정과에도 전화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었습니다. 직원이 알아보는 동안 저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젊은 직원이 알려준 담당자와 통화를 했고 구청장님의 이야기도 전달했습니다. 담당자의 입장도 있기에 담당자와 권사님 사이의 절충안을 마련함으로써 잘 마무리 지었습니다.
권춘자 권사님은 무척 좋아하십니다. 계속 마음이 불안했었는데 이제 편안해졌다고 하십니다. 그 말을 듣는데 제 마음에서 무언가가 울컥하고 치밀어 올랐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사시면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성도들이 많다는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권사님을 위해 목사로서 작은 보탬이 되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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