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말씀 캠프에서 설교하다/ 안희환 목사(기독교 싱크탱크 대표)
장애인 말씀 캠프가 열리는데 강사로 와서 말씀을 전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하나님 앞에서 결심한 것 중 하나는 대상이나 인원에 따라 말씀 전하거나 전하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수가성의 여인 하나를 위해 피곤한 몸으로 말씀하시던 예수님의 종이 집회를 가려서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꺼이 가겠다고 했다. 장소가 부산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부곡이었다. 장애인들 모임에서 여러 차례 설교해본 적이 있지만 설교하기가 그리 수월하지는 않다. 교회 중보기도팀에게 기도 부탁을 했고 교회 예배 시간에 특별히 기도부탁을 하기도 했다.
약속한 날이 되어 부곡으로 향했다. 가서 보니 4개의 장애인 단체가 연합하여 말씀 캠프를 연 것인데 참여 인원이 370명 정도 되었다. 모두가 다 장애인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이 절반 정도 섞여 있었다.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장애들을 위해 자원 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한 것이다.
놀랍게도 자원봉사자들 역시 말씀 캠프에 회비를 내고 참여하고 있었다. 기꺼이 봉사하며 섬기는 모습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스스로 비용을 내면서까지 말씀 캠프에 참여한 것이다. 한 여학생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앳된 대학생인가 보다 하고 대학생이냐고 물으니 중학생이라고 했다. 충격을 받았다. 참 좋은 경험이요 훈련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중년 여성 자원 봉사자는 어린 여자 아이를 맡았는데 그 아이를 등에 엎은 채로 엎드려 있었다. 가반 보니 그 아이는 등 위에 엎드려 자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찡 했다. 다리가 참 많이 저릴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모습 속에서 내가 은혜를 많이 받았다.
홍춘기 목사님, 이영우 목사님, 정용균 목사님 등 사역의 리더가 되시는 분들과의 만남과 대화도 내게 많은 은혜와 도전이 되었다. 이렇게 낮은 자리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기쁨으로 감당하고 있는 목사님들이 계시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나는 세 차례에 걸쳐 말씀을 전했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장애인과 자원 봉사자들이 너무나도 말씀을 잘 듣는 것이었다. 얼마나 반응이 뜨거웠는데 아멘 소리에 천장이 날아갈 것 같았다. 합심 기도 시간에는 뜨겁게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총진행을 하시는 홍춘기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전에 오신 유명한 목사님은 장애인들 앞에서의 설교가 처음이라 그랬는지 많이 당황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회중들이 말씀을 잘 들었다면 좋아하신다. 다음 해에 또 와 줄 수 있냐고도 물으셨다. 미리만 연락주시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아마도 기도해준 중보기도팀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어주신 것 같다.
지금도 이 땅 곳곳에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조고 소망을 갖게 된 말씀 캠프였다. 주님의 마음을 품고 낮은 자리에서 기쁨으로 섬김의 삶을 살아가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더 나아가 몸에 장애를 지니고 있지만 하나님만 바라보고 찬송하며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 귀한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은혜 받게 하셨음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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