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회단상

졸지에 욕심 없는 목사가 됐다/ 안희환목사(예수비전교회)

안희환2 2014. 4. 10. 17:15

졸지에 욕심 없는 목사가 됐다/ 안희환목사(예수비전교회)

 

 

예기치 않게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아 당혹할 때가 간혹 있다. 왜 이런 말을 듣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는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좋은 평가를 받고 기분 나빠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솔직히 말해서 대 놓고 든 뒤에서든 나쁜 이야기가 도는 것보다 칭찬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백배는 낫지 않은가?

 

나에게 참 잘 하시려 하는 집사님 한 분이 계신다. 공장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일거리가 끊이지 않을 만큼 잘 된다. 그 만큼 경제력도 있다. 교회를 위해서 그 물질을 잘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찬양대의 여름 가운을 다 사주었다고 한다. 알지 못하고 있다가 찬양대장님이 알려주셔서 알게 되었다. 강단의 꽃이 시들면 그것을 새롭게 바꾸는 것도 그 집사님의 몫이다.

 

그 집사님이 우리 집 아이들이 학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아이들 학원 비를 대주겠다고 하셨다. 나와 아내는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받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성도 한 분에게 신세를 지는 것은 교회적으로 유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사님이 무척 서운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한 번은 내가 보험에 제대로 들어있는지 확인을 하셨다. 그러더니 보험을 들어주겠다고 하셨다. 매달 보험료를 자신이 내겠다는 것이다. 그것 역시 거절했다. 이유는 앞과 같은 맥락에서이다. 그나마 받은 것 하나가 있는데 실내자전거이다. 시간이 모자란 내가 틈틈이 운동할 수 있는 실내자전거를 선물해주셨는데 그것은 받아들였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니 크게 부담되지도 않았다.

 

얼마 전 그 집사님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 식사를 했다. 그때 집사님이 대뜸 날 보고 목사님은 돈에 욕심이 없으세요. 너무 순수하세요라고 하시는 거였다. 나를 잘 몰라서 그런다고 했더니 아니라고 하신다. 공장하면서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 때문에 사람을 볼 줄 안다고 하시는 것이다. 졸지에 나는 돈 욕심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다른 이야기다. 삼일교회(송태근목사님)에 다니는 부부가 나를 찾아왔다. 그 동안은 십일조 생활을 안 했는데 앞으로 십일조 생활을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참 잘했다고 대답을 했다. 그런데 그 부부는 십일조를 우리 교회에 하고 싶다고 했다. 부부가 다 대기업에 다니기 때문에 십일조가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매달 1백만 원 가량, 일 년이면 천 이백 만원?).

 

일단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러나 십일조는 본인이 다니는 교회에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나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액수이지만 그런 것에 휘둘리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그 부부는 우리 교회에 십일조를 하지 않게 됐다. 삼일교회에 십일조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스스로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부부가 나를 찾아와서 우리 교회에 십일조를 하겠다고 한 것은 이유가 있다. 자매의 부모님이 우리교회에 출석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교회학교 부장으로 사역하시고 어머니는 권사회장과 찬양대원으로 사역을 하신다. 두 분 다 성품도 좋고 열정이 있어서 교회 안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분들이시다. 삼일교회는 대형교회이고 부모님이 다니시는 우리 교회는 상대적으로 작은 교회이니 십일조를 우리 교회에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저녁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다가 어머니 되시는 권사님과 친구 권사님을 길에서 만났다. 함께 홈플러스에 가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를 찾아왔던 부부의 어머니 되시는 권사님이 십일조 이야기를 꺼내시면서 역시 목사님은 다르세요. 훌륭하세요라는 말씀을 하신다. 별 것 아닌 일로 졸지에 훌륭한 목사님이라는 칭찬을 듣는데 어쩐지 민망하기도 했지만 기쁘기도 했다. 많은 돈이 매달 들어오는 것보다 사람의 신뢰가 더 가치 있는 것 아닌가?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내가 돈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돈이 들어오면 좋고 사실 써야할 곳이 많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돈 따위(?)에 휘둘릴 마음은 없다. 나는 하나님의 종이고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