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허무는 이정희 대표(통합진보당)/ 안희환

안희환2 2012. 3. 23. 11:05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허무는 이정희 대표(통합진보당)/ 안희환

 

 

지도자들의 지도력은 능력에서도 나오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신뢰이다. 즉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길 때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따라갈 수 있는 것이며 그때 지도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그런 지도력은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나오고 책임 있는 태도에서 나온다. 자신이 말이나 글로 약속한 것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제나 잘못이 발생했을 경우 기꺼이 책임을 지는 용기 있는 모습에서 신뢰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감이 깊은 것은 자신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다. 선거에 임할 때 내세웠던 공약이 당선 이후에 공수표로 돌아가는 것을 수없이 본 국민들이 더 이상 정치인들의 약속을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또한 자신에게 불리할 때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기보다 상황을 회피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자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누가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대통령 등 누구라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대표이다. 야권 연대가 이루어진 후 경선이 치러지는 과정에서 이정희 대표의 비서관이 경선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인해 이정희 대표에 대한 사퇴 압력이 거세진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되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고 경선 조작에 대해 통합진보당이 책임질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이 다 드러난 지금의 상황에서 이정희 대표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반응은 경선조작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깨끗하게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또한 경선 조작이 된 지역에 대한 권리를 민주당에 넘겨주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상당한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정치인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될 것이며 그것은 후일의 지도력 발휘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당장 눈앞에 놓여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통합진보당도 이정희 대표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실제로 이정희 대표는 사퇴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거꾸로 경선에서 탈락한 민주당 의원이 경선에 불복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경선 조작이 있었는데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희 대표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번 경선 조작 사건과 그에 대해 책임지기를 거부하는 이정희 대표의 태도는 통합진보당만의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신뢰를 받아야 지도력이 발휘되는데 저런 식으로 행동해서 당선된들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장의 이익은 혹시 얻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손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국가의 지도자로 행세한다는 현실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