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PD는 꼼수(정봉주 사면)를 부리지 말라/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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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PD의 다음 아고라 청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바랍니다. 대통령에게 정봉주 사면 의향을 물어봐주세요”라는 청원 글을 올렸는데 그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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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난다고 합니다. 일문일답을 하게 될 기자님들에게 청원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하다가 감옥에 간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삼일절 사면복권 의향을 물어봐주십시오. 정봉주 전 의원이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장 실효적인 방안은 대통령의 사면입니다. 우리는 대통령의 의중을 알고 싶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대신 행사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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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청원 내용을 읽으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있다. 3 가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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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정봉주 전의원을 향한 편애 때문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재판을 받고 수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왜 유독 정봉주 전의원만 사면 받아야한다는 말인가? 자기들 편이기 때문이 아닌가? 즉 함께 “나는 꼼수다”에 출연한 의리 혹은 정치적인 면에서 같은 동료이기 때문이 아닌가? 만약 이번 청원으로 인해 정봉주 전의원이 사면된다면 김용민 PD와 별 관련 없이 수감생활을 하는 사람은 무척 억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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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기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기자들은 어찌 보면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하고 기사화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기자들이 외부의 압력이나 내부 고위자의 지시에 묶여버린다면 언론의 자유라고 하는 것은 있으나마나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정치권력이나 금권 앞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기자들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런데 다음 아고라에 청원을 넣고 쪽수로 질문할 내용에 대해 기자들에게 압력을 가한다면 그것은 기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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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대체 국민이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통령의 의중을 알고 싶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대신 행사해주십시오.”라고 했는데 나는 대통령의 의중을 알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국민이 아닌가? 또 나처럼 대통령의 의중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은 국민이 아닌가? 국민이란 말을 남발하지 않아야 한다. 자기들의 주장이라고 하면 될 것을 왜 국민 운운하는가? 그렇게 하면 자기들의 생각을 모든 국민의 생각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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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대통령의 사면 권한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하고 싶은 마음이 많다. 정말 사면이 필요할 만큼 절박한 사연이 있거나 큰 반성의 여지가 있다면 모를까 정치적인 안배에 따라 사면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반 서민들은 작은 잘못 하나에도 감옥살이를 하고 사면 받지 못하기도 하는데 정치를 하던 사람이나 힘 있는 사람들은 사면을 받아 나오는 것을 볼 때 누가 그것을 잘하는 것이라고 납득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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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PD가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꼼수를 부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법에 정해진 대로 당당하게 대가를 지불하고 나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그것이 진정한 용기가 아니겠는가? 정봉주 전의원이 자신들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수 없겠지만 정정당당한 과정을 거쳐서 돌아가야 의미도 있을 것 아니겠는가? 꼼수에 물들어 꼼수를 피우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 나도 국민이란 말을 한번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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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서울시립미술관 전시회에서 찍음(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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