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서기호 판사는 재임용 탈락은 정당하다/ 안희환

안희환2 2012. 2. 10. 14:49

서기호 판사는 재임용 탈락은 정당하다/ 안희환

 

 

같은 말이라고 해도 그 말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파급효과가 다르다. 사회적으로 위치가 있고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그런 면에서 더욱 말조심을 해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말과 달리 영향력을 가진 사람의 말은 잘못 나갈 경우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말을 조절하지 못하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최근 서울북부지법의 서기호 판사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일이 있었다. 서판사는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번 대법권 회의에서 판사로 재임용되지 않은 것이다. 재임용되지 않은 사유는 근무평점이 하위 2%에 해당한다는 것인데 서 판사는 앞서 납득할 만한 공정한 심사절차 없이 재임용에서 탈락한다면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기에 그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은 근무평점이 하위 2%이기에 탈락시킨 것이라고 하지만 서기호 판사가 판사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한 채 함부로 말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판사의 말 한 마디는 법정에서 대단한 권위를 가지며 한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도 하는데 그런 위치에 있는 판사가 말을 내뱉듯이 하는 것은(글도 마찬가지) 문제라고 하는 것에 많은 네티즌들도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고.

특별히 우리나라는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리된 나라이다. 서로 협력하면서 동시에 견제도 할 수 있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물론 대통령 중심제 국가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이 다른 어떤 사람의 권한보다 큰 것은 사실이지만 각각의 영역이 독립성을 가져야한다는 것과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사법부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공적인 위치를 망각한 채 대통령을 향해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인 비판도 아닌 막말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선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정치적인 목적으로 비판의 말을 하거나 서 판자 입장에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할 일이 아니라 판사로서의 자질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서기호 판사 역시 이번 사건을 통해 자기주장만 펼칠 것이 아니라 반성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더 나아가 다른 판사들 역시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사회의 지도자가 된다고 하는 것은 공부를 잘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능력만이 아니라 인격도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성적 위주로 사람을 세우는 우리나라의 인물 발탁 시스템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실력이 있되 품격도 갖춘 지도자들이 많이 일어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사법부의 경우도 그런 판사들이 않아져야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뿐만 아니라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