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없는 곳으로 간 사람/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175)
길로만 걸어가야 한다고
길이 아니면 가질 말라고
그에게 말해주었지만
그는 길이 아닌 곳으로
당당하게 걸어가곤 했다.
.
그가 무얼 원하는지
알 수 없는 난 두려웠고
그가 길 없는 곳을 향해
한참이나 가버린 후에도
그 언저리에서 기다렸다.
.
정수리에 흰 선 몇 가닥이
자리를 잡아갈 무렵
떠났던 언저리를 찾았고
그때 난 볼 수 있었다.
길 없던 곳에 생긴 길을.
.
반항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길 아닌 길로 가버린
이유는, 다만 만들어진
길보다 스스로 만들 길로
걸어가고 싶었던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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