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길 없는 곳으로 간 사람/ 안희환

안희환2 2011. 11. 30. 11:13

길 없는 곳으로 간 사람/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175)

 

 

길로만 걸어가야 한다고

길이 아니면 가질 말라고

그에게 말해주었지만

그는 길이 아닌 곳으로

당당하게 걸어가곤 했다.

그가 무얼 원하는지

알 수 없는 난 두려웠고

그가 길 없는 곳을 향해

한참이나 가버린 후에도

그 언저리에서 기다렸다.

정수리에 흰 선 몇 가닥이

자리를 잡아갈 무렵

떠났던 언저리를 찾았고

그때 난 볼 수 있었다.

길 없던 곳에 생긴 길을.

반항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길 아닌 길로 가버린

이유는, 다만 만들어진

길보다 스스로 만들 길로

걸어가고 싶었던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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