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못생겼다요/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177)
자신이 대범한 줄 알았다.
겁도 별로 없고
사람 눈치도 잘 안 보고
목표 향해 돌진도 하고
소심과 상관없다 생각했다.
.
누워있던 어느 날
아내가 날 들여다봤다.
느닷없이 터져 나오는 말.
“진짜 못 생겼다요.”
.
아내는 늘 그렇게
반말에 “다”자만 붙이는데
진짜 못 생겼단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누워있을 수 없었다.
앉자마자 진지하게 한 말.
“보통은 되지 않아?”
이어져 나온 아내의 말.
“보통에 못 미쳐요.”
.
그날부터 난 알게 되었다.
내가 소심한 사람인 줄.
잊지 못할 그 말이
양 손목을 수갑 채웠다.
떨어버릴 수 없었다.
.
윙윙대며 돌고 도는 말.
“진짜 못 생겼다요.”
앞트임을 하면 훨씬 더
눈이 커진대서 고민했지만
앞트임은 포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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