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28 03:03 | 수정 : 2011.11.28 05:32
"얼른 들어가 공부하라" 단상 발언자의 농담을 진짜로 오해한 시위대 3~4명이 뛰어올라가 넘어뜨리고 집단 폭행
당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비준 무효 집회'에서 자유 발언을 하려고 단상에 오른 대학생 진모(26)씨는 발언 도중 시위대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집회가 시작한 지 30여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진씨는 단상에서 "여기 나온 학생들은 얼른 들어가서 공부하라" "여기서 데모하다가 나중에 망한다. 우리나라에서 잘살려면 공부해서 1% 안에 들어야 한다" 등 FTA에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시위대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사회자, 저 XX 내려가라 그래!" "너 정체가 뭐야. 뭐 하는 놈이야!" "저런 X이 왜 올라갔어" 등의 고함이 터져 나오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욕설이 쏟아진 뒤 흥분한 시위대 서너 명이 단상으로 뛰어올라 진씨를 넘어뜨리고 발로 밟았다. 1명이 먼저 단상으로 올라와 진씨를 넘어뜨리자 아래에 있던 나머지 시위대가 뛰어올라 진씨를 구석에 몰아넣고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다. 사회자가 손쓸 틈도 없었다. 한 시위대는 "저 XX, 보수 단체 알바(아르바이트)야"라고 소리쳤다.
사회자의 중재로 간신히 몰매를 피해 단상 아래로 내려온 진씨는 "시위대가 반어법(거꾸로 말해서 강조하는 어법)을 못 알아듣고, 직설적으로 받아들여 흥분한 것 같다"면서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양복 상의에 진보신당 배지를 단 진씨는 "나는 동국대 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올 초) 반값 등록금 시위부터 시작해 이번 FTA 비준 무효 시위에도 매일 참가해왔다"고 말했다. 진씨는 허리 부분을 다친 듯 연신 손으로 허리를 만졌다.
진씨가 폭행을 당한 뒤 단상에서 억지로 끌려 내려온 뒤에도 폭행을 한 시위대는 "아까 그 XX 어디 갔느냐", "나중에 잡히면 죽는다. 그런 X은 가만 두면 안 된다"며 주변 사람들을 선동하기에 바빴다.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 일부가 자기들 원하는 대로 여론이 만들어지지 않자 점차 폭력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난폭하기 때문에 시위대 해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