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딸을 유린당한 아버지의 피끓는 분노… 장흥 시골마을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내가 그 아이의 아버지라는 걸 잘 알면서도 웃으며 인사까지 했던 그들에 몸서리"
고령 이유로 불구속 기소된 두 가해자는 기자가 찾아간 날에도
여전히 구멍가게에서 과자를 팔고 있다
"그게 사람인가. 짐승이지! 다 잡아야 한다."
22일 오후 전남 장흥군 관산읍 옥당리. 제주도와 뱃길이 놓인 장흥군 노력항까지 뻗은 왕복 4차로(국도 23호) 위로 차량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광주광역시에서 차로 1시간30분쯤 떨어진 이곳 도로가엔 허름한 농기계수리점과 1층짜리 가건물 형태 가옥이 자리하고 있었다. 점퍼와 청바지에 모자를 깊게 눌러 쓴 김모(50)씨가 집 앞 평상에 앉아 "다 죽이고 싶다.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차량 소음보다 큰 목소리로 핏대를 세웠다.
지적 장애 2급을 가진 김씨의 딸(22)은 마을 주민 4명으로부터 2년간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 집에서 1㎞ 반경에 살고 있는 이웃들이 딸에게 몹쓸 짓을 했다.
가해자 1명은 이미 1심에서 3년 형을 선고받은 뒤 복역 중이고 지난 13일엔 1명이 구속 기소, 2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마을 주민 11명을 추가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딸은 "중학교 때부터 성폭행당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김씨 부부는 "작년 11월에서야 딸이 유린당한 걸 알았다"고 말했다.
- 마을 주민들로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한 김모양의 아버지가 22일 오후 전남 장흥군 관산읍에서 본지 기자를 만나 울분을 토하고 있다. 그는 “(성폭행범들은) 사람이 아닌 짐승이다. 다 죽이고 싶다”고 했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반경 2~3㎞ 내에 1000여명이 모여 살고 있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김씨 부부는 충남 천안에서 생활하다 장애를 가진 딸이 지내기엔 고향이 나을 것 같아 2001년 장흥에 정착했다. 김씨는 농기계를 수리하고 축사를 지으며 근근이 생계를 꾸렸다. 아내 김모(47)씨도 농장에서 일을 도우며 돈을 벌었다. 아내는 "맞벌이를 하다보니 아이들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 딸은 두 살 때 심하게 앓은 뒤 장애가 생겼다. 지능이 현저하게 떨어졌고 손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말은 정상적으로 구사하지만 1000원 이상은 계산을 못했다. 아버지 김씨는 "고등학교 때 딸이 신경정신과에서 처음 검사받았는데 정신 연령이 8세로 나왔다"며 "일반 고교에 다녔기 때문에 장애 등급을 확인하지 않고 그냥 다니게 했다"고 했다. 그는 "사건이 터진 뒤에야 40만원을 들여 진단받아 딸이 지적 장애 2급이란 걸 알았다"고 했다.
정착 초기 김씨는 집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사는 외가 6촌 이모(58)씨를 의지했다. 이씨 가족을 집에 초대해 식사도 했다. 지난 15일 입대한 아들(20)과 딸은 그런 이씨를 "큰아빠" 하며 따랐다. 이씨는 보험회사 직원으로 동네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그러나 이씨는 맛있는 과자를 주겠다며 자신의 집과 축사로 조카(김씨의 딸)를 불러 "부모님한테 얘기하면 때리겠다"고 협박한 뒤 2009년과 작년 모두 네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야, 손님 왔다. 거실로 나와 봐."
안방에 틀어박힌 김씨의 딸은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얘가 요즘 특히 남자들을 무서워한다"며 "낯선 목소리만 들어도 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저러고 있다"고 걱정스러워했다. 이제 일 나가지 않고 딸만 돌보고 있는 어머니는 "이제 눈물도 안 난다.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딸은 작년 10월과 11월 마을 목욕탕 이발사 오모(66)씨로부터 다섯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오씨는 단돈 1000원짜리 몇장으로 자신의 월세 방으로 유인해 범행을 저질렀다. 아버지 김씨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김씨는 이 동네에 하나 있는 이 목욕탕에서 주로 이발을 했다. 작년 11월에도 그랬다. 당시 이발사는 딸을 성폭행하고도 시치미를 뗐다. 웃는 낯으로 인사까지 했다. 김씨는 "내가 그 아이의 아버지란 걸 알고도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일할 수 있었냐"고 몸서리쳤다. 목욕탕 관리인은 "마을 이미지가 한번에 무너졌다"며 "2년간 오씨와 같이 일했는데 그런 사람인 줄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오씨는 지난 1월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가해자들은 주로 피해자가 등·하교하는 동선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집에서 20분 떨어진 거리였다. 피해자 부모는 "이 사람들은 서로 친하기 때문에 정보를 교환하면서 내 딸을 중학교 때부터 괴롭혔다"며 "어떻게 한 마을에서 이럴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건강과 고령상 이유로 불구속 기소된 가해자 두 명은 여전히 과자를 파는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냉기가 흐르는 가게에서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전열기로 몸을 녹이던 그는 안경을 쓴 인상 좋은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었다.
기자가 "○○씨 알죠? 키 큰 어린이 같은 아가씨요. 과자도 무척 좋아하고"라고 물었다. 그는 대뜸 "나는 억울하다. 과자를 팔았을 뿐"이라고 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다른 사람 이름을 거론하자 그는 상기된 얼굴로 "나는 그 사람들 모른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허탈한 표정이었다. 위창환(58) 읍장은 "가을 억새축제와 최근 통합의학박람회 개최로 장흥의 이미지가 한창 좋아졌는데 이런 일이 터져 난감하다"며 "주민들이 알고도 쉬쉬해서인지 우리도 언론을 통해서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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