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장 출신 목회자의 ‘조기 은퇴, 그 이후’
▲교회 앞에 선 유덕식 목사의 모습. ⓒ이대웅 기자 |
“뜻하진 않았지만, 아주 좋습니다.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을 체험하는 것 같아요.”
올해 초 총회장 출신 최초로 조기 은퇴를 결행하고 꾸준히 후원해 온 후배 목회자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선뜻 양보해 화제가 된 유덕식 목사(66·영진교회 원로)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유덕식 목사는 얼마 전부터 춘천 방하리에 위치한 참좋은교회 설교목사로 섬기고 있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위치한 조그마한 교회다. 이곳 담임목사가 70대 후반까지 목회하다 건강이 나빠지면서 은퇴해 성도들이 ‘목자 잃은 양떼’가 됐고, 참좋은교회에 출석하는 한 성도와의 인연으로 그들을 돌보게 된 것이다.
시골 교회라지만, 지난 4일 주일예배 때 바라본 그곳의 모습은 한 마디로 활력이 넘쳤다. 몇몇 노인들만 앉아있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어린이·청소년, 청·장년, 노년 등 성도들의 연령층도 다양했다. 이날만 청년 1명, 노년 1명 등 새신자 2명이 예배에 참석했고, 주일예배 총 출석인원이 30명을 넘어서 성전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30명은 도시 교회에서도 개척을 넘어선 ‘자립’의 기준으로 삼는 인원이다.
주보에도 “지역 복음화를 위해 전심전력하자”는 글귀가 쓰여있다. 유 목사가 중심을 잡아준 뒤 일어난 변화들이다. 그는 “성도들이 참 순수하고 믿음이 좋다”며 “이들을 잘 가르쳐 헌신된 주의 군사로 길러내야 할 사명이 제게 주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새벽기도회 이후 산을 오르고 마을을 돌면서 주민들을 만난다는 유 목사는 “마을 주민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교회 방문을 유도하고, 성도들에게도 계속해서 복음 증거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그의 설교 제목은 ‘거룩한 귀성객(히 11:13-16)’이었다. 추석 명절 고향을 찾는 성도들을 위해 미리 관련 내용을 전하는 것이다. 유 목사는 “우리에게는 육신의 고향만 있는 게 아니라 영혼의 고향도 있다”며 “누구에게나 고향이 주어졌지만 준비되지 못한 사람에게는 고통인 것처럼, 명절에 더 나은 본향을 소망하는 믿음의 소유자, 거룩한 귀성객으로 승리하시기 바란다”고 권면했다.
교회에서는 농촌 특유의 정겨움과 따뜻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강대상에는 참외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아직 교회에 나오지 않는 한 할머니가 예전 밭에서 “참외 수확하면 하나 달라”는 유 목사의 농담을 기억하고 주변 성도 편에 보내온 것이라고 한다. 유 목사는 “이제 농담도 못하겠다”며 껄껄 웃었다. 식사 때는 다함께 둘러앉아 목사와도 격의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마을의 중심 중 하나인 노인회관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참좋은교회는 매달 한 번씩 노인회관 어르신 30여명을 대접하면서 지역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 드리고 있다.
▲지난 4일 참좋은교회 주일예배 모습. ⓒ이대웅 기자 |
유 목사는 “이곳은 행정구역상 춘천이지만 생활권은 가평이고 경춘선 전철이 개통돼 서울에서 40분 거리라 서울 지역에서도 예배드리러 올 수 있다”며 “남이섬 근처인 이점을 살려 주민들 뿐 아니라 관광객들을 담아낼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회 근처는 산과 강, 나무가 어우러진 그림같은 모습이었다.
당초 그는 은퇴 후 매달 한 번씩 해외 한 신학교에서 강의하고, 영진교회가 돕던 전국 미자립교회들을 방문하는 일 말고는 뚜렷한 활동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곳에서 새벽기도회부터 시작해 성도들을 돌보며 서울에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35년간의 땀과 눈물이 배어있는 영진교회가 그립지는 않을까. “최소 3년간은 듣지도 말하지도 보지도 않는 게 후임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관여하지 않는다 해도 예배 때 뒤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애매할 수 있지 않겠어요?(웃음) 솔직히 말해 35년 했으니 이제 새로운 목사가 성도들에게 새 바람을 불어넣을 때가 됐지요. 시행착오가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성도들에게 담임목사를 믿고 따라가 달라고 늘 부탁하지요. 고맙게도 조기 은퇴했지만 교회에서 생활에 부족함이 없도록 배려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유 목사는 가평에서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2기 사역’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참 신실하신 것 같아요. 늘 ‘저는 핍박을 이겨낼 힘도 없으니 감당할 시험만 허락해 달라’고 기도하는데, 이렇게 순적한 여호와 이레의 길로 인도하시네요.” ‘내려놓음’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기적이다.
'안희환 예화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가대 찬양대원 암 자연살해(殺害)세포 수치 1000배 높아 - 암 잘 안 걸린다! (0) | 2011.11.02 |
---|---|
선다싱 (0) | 2011.09.12 |
나를 생각하게 하는 글⌛⁂ (0) | 2011.09.06 |
'아딸 떡볶이' 이경수 사장한현우 기자 hwh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0) | 2011.09.03 |
내가 세계 정상에 오르게 된 비결 (0) | 2011.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