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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폭동과 약탈의 현장조인원의 워털루역 남행열차2011.08.12 17:24 조회 2273 추천 4 조인원 | 블로그 원문보기

안희환2 2011. 8. 15. 13:16

영국 폭동과 약탈의 현장조인원의 워털루역 남행열차

2011.08.12 17:24 조회 2273 추천 4 조인원 | 블로그 원문보기

최근 영국 런던 북부 토튼햄에서 시작되어 런던과 중부 잉글랜드까지 번진 폭동 사건에 대해 데일리 텔레그라프에서 사진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기가 막힙니다만, 사회가 겉으로만 조용하다고 언제까지고 그 껍데기를 쓰고 한순간에 폭발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예전에 이곳 블로그에 소개드린 '잉글리쉬 방어 리그(EDL:English Defence League)'라는 극단적인 사고로 뭉친 꼴통 단체가 드디어 경찰을 대신해 나서기 시작한 것은, 굉장히 심각한 일입니다. 이들은 얼마전 노르웨이의 무지막지한 총기 난사범과 같은 생각을 지닌, 영국 내에 토박이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치안을 어지럽히는 주범인 이슬람교도들을 전부 쫓아내야 낸다고 주장하는 단체입니다.

 

EDL이 처음 나왔을때는 일부에선 뭐, 그럴수도 있거니 하고 웃어넘기는 정도, 가십에나 등장할만한 황당한 주장을 하는 단체였습니다만, 우려스럽게도 이제 이번 폭동 사태를 통해 이들의 주장이 강력히 공감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9.11테러 이후 세계도시인 뉴욕에서 조차 사는 무슬림 뉴욕커들이 전부 테러 공범으로 오인받는 분위기와 비슷한 것입니다.

 

대체 왜 이런일들이 벌어질까요? 

 

그럼 사진들을 먼저 보겠습니다.

(신문이나 웹에 게재된 사진들은 이미 보셨으므로 일부러 제외했습니다)

 

맨체스터.jpg

맨체스터: 잉글랜드 중부 공업도시, 잉글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축구팀 두개

(박지성의 맨유와 테베스의 맨시티)를 홈으로 두었다. 저 상점은 미스 셀프리지라는 여성의류숍인데

셀프리지(SELFRIDGES)는 런던 중심 쇼핑거리 옥스포드 스티릿에 1905년에 세워진 백화점으로,그곳

상표를 단 직영 의류 매장쯤 된다. 그 가게가 쇼윈도 창문이 깨지고 불이나는 것이다 

 

 

버밍햄1.jpg

버밍햄, 영국 중남부 도시로 영국내 가장 인구가 많다. 산업혁명이후 크게 발전해서

그만큼 외부에서 온 이민자도 많은 곳이기도 한다.

사진에 찍혀도 얼굴을 가리기 위해 후드를 쓴 약탈자들이 쇼핑센터를 털고 있다   

 

버밍햄2.jpg

버밍햄, 잘 안깨지는 창문을 옆차기로 깨고 있는 약탈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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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밍햄, 차에 불을 질러놓고 끄기는 커녕 불구경하거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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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남부 브릭스톤에서 커리라는 전자제품 대형 쇼핑몰을 털다가 경찰에 잡힌 한 여성이

강탈한 물건 위에 고개를 숙인체 앉아있다. 브릭스톤은 런던 내에서 중남미 카리브 연안 국과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아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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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필드에서 경찰에 잡힌 폭도

오른쪽 경찰의 시위 진압 복장이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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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West)런던 일링, 폭도들에 의해 불타는 자동차, 일링 또한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런던의 구역중

한 곳으로, 아프리카나 무슬림권 이민자들도 많지만 동유럽 이민자, 특히 폴란드에서 온 폴스키 이민자들이

가장 많다. 제법 알려진 영화 제작사나 음악 스튜디오가 많다.  

 

 

크로이든.jpg

일링(Ealing), 한 소년이 불타 형체만 앙상한 자동차를 바라보고 있다

 

 

크로이든2.jpg

크로이든(Croydon) 런던 남부 지역, 유서 깊은 공업과 교통의 중심 도시인 크로이든. 영국의 집들은

대체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오래된 것들이 많다. 적게는 수십년에서 많게는 백년이 넘은

건물들이 수두룩하다. 그만큼 완전히 다시 짓는것 보다 조금씩 고쳐가는 것을 선호하는 데,

이번 폭동사태에서는 많은 건물들이 전소되어 형체만 남게 되었다  

  

크로이든3.jpg

크로이든, 마치 우리나라 수해 현장 처럼 폭풍이 쓸고 간듯 약탈된 슈퍼 내부,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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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튼햄 약탈된 현금인출기, 이영표가 속한 런던 명문 축구팀의 하나인 토튼햄 핫스퍼의 

토튼햄이 바로 여기. 경찰이 총을 쏴 한 남자를가 사망하면서 이번 영국 폭동의 시발이 된 지역이다.

런던 북부로 동아프리카와 동유럽 이민자들이 많고, 높은 실업률과 문맹률로 런던 내 가장 못사는 지역 중 하나다

 

 

토튼햄2.jpg

토튼햄, 불에 탄 자동차, 물에 비친 거리 모습

 

 

토튼햄3.jpg

토튼햄, 경찰 앞에 맞서는 폭도들, 얼굴을 가리고 있으나 대부분 이민자 출신이다

 

 

토튼햄4.jpg

토튼햄, 불타는 나무 판자를 경찰을 향해 던지는 폭도들 

 

토튼햄5.jpg

토튼햄, 런던의 상징인 이층 시내 버스가 불타고 있다

 

토튼햄6.jpg

 불타는 토튼햄

 

해크니.jpg

해크니, 런던 북동부 , 역시 런던내 가장 못사는 지역중 하나, 미혼모나 실업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곳은 젊은 예술가 집단이 작업을 하면서 최근까지 런던내 새로운 예술 구역으로 바뀌고 있었다 

 

 

해크니2.jpg

해크니, 경찰에 연행되는 폭도, 폭도들은 단순히 유색인종 이민자 뿐이 아니라 다양한 직종의

시민들이라는 데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영국 사회내 뿌리깊은 갈등의 원인을 덮으려는

일반론적인 분석이라 생각한다. 

 

해크니3.jpg

해크니의 불타는 자동차 앞에서 트레이닝 복 차림의 한 폭도가 사진에 잡혔다.

 

 

클랩정션.jpg

페이스북을 통해 자발적으로 클램정션에 모인 시민들이 폭도들이 쓸고간 자리를 빗자루로 깨끗이 치우자며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 데일리 텔레그라프 닷컴

 

다시, 영국 사회 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런던을 가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왜이렇게 진짜 영국인들은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여행으로 갔건, 아니면 좀 살아봐도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들은 파키스탄계 이민자들이나 터키계 쪽 사람들이 상점이나 식당 종업원, 아르바이트 직원등입니다. 

 

금융가라는 런던의 BANK역이나 가거나 진짜 부자들만 사는 첼시나 사우스 켄싱턴 같은 동네가 아니면 좀처럼 같은 백인이라도 이민자로 후손이 정착한 영국인이지 토박이는 아닙니다. 오히려 더 시골을 가야 대대로 살고있는 영국인들을 만납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를 가본 사람들은 오히려 런던 보다 더 영국적이라는 느낌을 갖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현재의 영국 사회는 엄청나게 많은 이민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영어를 배우려고 갔다가 눌러 앉게된 외국 학생들이나 정치적 망명자와 대영제국 식민지 국가들( 인도권, 아프리카권, 중동권, 동남아시아권, 중미권 등)이나 동구권 몰락후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동구유럽 이민자들까지, 참으로 다국적 다인종의 사회입니다.

 

오래된 라이프지 스페셜 사진집 사진 중, 1960년대 중반, 백인들로 가득찬 영국의 어느 도시에 한쌍의 흑인 남녀가 한껏 멋을 내고 걸어가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한장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사진 설명엔 '영국인들에게 너무도 낯설고 어색한 두 남녀, 하지만 이때가 바로 영국이 이민자를 크게 받아 들이면서 세계 시민으로 나아가게 된 즈음이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영국에서 교육을 받는 어린 학생들은 한때 다문화와 다종교에 익숙하기에 오히려 혈연이나 출신에 얽힌'끼리문화'에 익숙한 미국인들보다는 훨씬 관대하고 덜 편협한 가치관을 갖고 자란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일뿐, 실상은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영국에서 한국 학생이 초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대학과 좋은 직업을 얻기란 오히려 한국보다 수월하지만, 문제는 거기까지 입니다. 변호사가 되건 펀드매니저가 되건, 영국 사회의 주류는 수학 잘하는 인도계나 적응력 빠른 동양계(한국, 중국 출신 등)가 아닌 정통 앵글로 색슨이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영국에서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는 한국인과 영국에서 대학을 나온 한국인 여대생에게 들은 것입니다.

 

그렇게 영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할수 있는 일과 한계가 분명한 사회입니다. 그나마  영국인들이 대체로 안심하는 이민자들인 한국 교민들이 이러할진대, 위에 열거한 다른 나라 이민자들과 그다지 좋은 감정이 없는 무슬림들에겐 어떨까요. 겉으로 친절한척, 그 미소 속엔 돌아서면 섬나라 특유의 배타적인 눈길과 냉소가 깔려 있습니다.

 

그렇게 계층간 구분이 확실한 가운데에도, 속으로 눌러 살고 뭐 잘살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문제는 현재 실업률이 너무 높은 데 있습니다. 얼마나 심각한가, 23살에 프랑스 보르도에서 런던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온 제가 아는 프랑스 여대생이 있었습니다. 생활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위해 집에서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오후 2시부터 밤 한시까지 접시닦이를 일주일간 했습니다. 

 

불어는 원래 하니까 그렇다 치고, 스페인어와 영어가 능통한 이 아가씨가 당장 구할 일이 없어 시작한 이 허드렛 일을 하는 곳에서 지배인은 그녀에게 '개구리(Froggy: 프랑스인들이 개구리를 요리로 먹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것을 비하하는 말)'라고 놀리며, 너는 그 꼬이는 불어 억양 떄문에 영어가 서툰 것 같다며 알바 일을 잘랐다 합니다. 접시 닦는데 불어 억양이 뭐가 대수냐고 따졌지만, 그냥 안되니까 안되는줄 알라면서 자기 같은 애들이 많으니 또 알바는 쓰면 된다고 했다는 겁니다. 

 

어이가 없어서 대체 뭐가 아쉬워서 그런 일을 하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자기랑 같이 하숙을 하는 학생 열명중 그나마 이렇게 알바라도 하는 건 자기 혼자고 나머지는 전부 놀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가끔 친구들한테 점심을 얻어 먹던 이 아가씨는 결국 스페인어나 더 열심히 해서 다른 일자리를 찾겠다고 그해 크리스마스에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만큼 외국인이 영국에서 제대로된 일을 찾기란 힘들고, 무엇보다 청년 실업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계층간의 분화, 양극화의 심화 그리고 숨겨왔던 이방인들에 대한 태도와 분위기가 폭발 직전 틈으로 새나온 가스처럼 가득차 있다가 한 유색인종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이 대형 폭발의 빌미가 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제 영국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민 정책과 사회 복지 제도를 통해 이와 같은 국가 초대형 망신을 다신하지 않으려고 할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더욱 깊은 의심과 이민자들에게 배타적인 분위기가 심화될 것입니다.        

 

P.S: 이 문제는 먼나라 얘기가 아닐것입니다. 우리나라로 밀려오는 중국인과 아시아국가 사람들, 그리고 바라옵건대 머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남북통일을 생각하면, 우리도 변화에 대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