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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폭도들에 피범벅이 되도록 맞고 가방까지 털린 아시아 유학생의 정체는…김성모 기자 sungm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안희환2 2011. 8. 11. 20:41

英폭도들에 피범벅이 되도록 맞고 가방까지 털린 아시아 유학생의 정체는…

입력 : 2011.08.11 13:15 / 수정 : 2011.08.11 15:16

사진=해당 동영상 캡처
때때로 잘 찍힌 전쟁 사진 한 장이 당시 참상을 단박에 알려주는 것처럼, 이번 영국 폭동의 무법천지(無法天地) 상황은 유튜브에 올라온 1분여 길이의 동영상을 통해 생생히 전달됐다. 8일 런던 북부에서 피 흘리던 젊은 남성을 부축해주는 척 접근해 오히려 물건을 훔쳐가는 영국 폭도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영국 카플랜 대학(Kaplan College)으로 유학을 온 말레이시아 학생 모하메드 아쉬라프 하지크(Hazig·20)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내로라’하는 선진국을 자처하는 영국이었지만 런던 시민들은 이 같은 장면을 구경만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Cameron) 영국 총리까지 이 동영상을 언급하며 “토악질 나는 장면이었다. 우리 사회에 뭔가 매우 잘못된 게 있는 건 분명하다”고 했다. 이 동영상 속에서 피 흘리던 피해자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는 지난달 영국 카플랜 대학(Kaplan College)으로 유학을 온 말레이시아 학생 모하메드 아쉬라프 하지크(Hazig·20)였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10일 보도했다.

하지크의 ‘악몽’은 8일 낮 런던 북부 해크니 거리에서 시작됐다. 친구들과 학교 기숙사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 거리를 지나던 하지크는 몰려다니던 젊은이 한 무리와 마주쳤다. 라마단 기간이라 금식 중이었던 그는 친구들과 함께 재빨리 현장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운 나쁘게도 홀로 남겨졌다.

“복면을 쓴 젊은이 20명 정도가 몰려왔어요.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학생도 껴 있었습니다. 이들은 저에게 ‘칼로 찌르겠다’고 위협을 하고는 자전거를 빼앗고 마구 구타하기 시작했습니다. 턱이 깨지고 앞니도 여러 개 빠져 얼굴에선 피가 줄줄 흘렀죠.”

한 무리의 폭도들이 물러가자, 자전거까지 뺏긴 하지크는 피범벅이 된 얼굴로 도로변 담장에 아무렇게나 등을 기대고 있었다. 이때 또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또 몰려왔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두 번째로 몰려온 젊은이들은 마치 도와주려는 듯 하지크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이들 역시 폭도였다. 하지크를 일으켜 세운 젊은이들은 이내 하지크의 배낭 가방을 뒤져 지갑과 휴대전화, 소니 PSP 게임기 등을 훔치고 달아났다.

이 같은 모습은 그의 친구인 압둘 하미드(Hamid·23)가 찍었다. 하미드는 “(하지크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50명이 넘는 폭도들이 하지크를 둘러싸고 있어서 너무 겁을 먹은 상태였다”고 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그의 친구뿐 아니라 지켜보던 런던 시민 누구도 청년들을 제지하거나 하지크를 돕지 않았다. 데일리메일은 ‘착한 사마리아인’은 한 명도 없었다고 표현했다.

하지크는 간신히 정신을 차린 뒤 경찰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첼시의 로열런던병원에 입원했고, 턱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그가 물품을 털리는 장면이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전 세계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한 시민단체에서는 하지크의 부모가 아들을 병문안 할 수 있도록 모금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모금 운동을 주도하는 전직 국제 구호원 제이미 코원(Cowen)은 “수만 명의 영국인이 영국에서 자행되는 폭도 사태를 부끄럽게 여기고, 하지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며 “하지크가 영국에서 당한 일은 (대부분의 영국인과는 달리) 극히 소수의 ‘쓰레기 같은(scumbags)’ 사람들에게 당한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데일리메일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