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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렇게 나쁜 며느리인가요?

안희환2 2011. 7. 22. 09:55

제가 그렇게 나쁜 며느리인가요?

 

어제부로 20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를 했습니다.

이제 제 나이에 그런 직장을 다시 찾을 수 없음을 알지만

그래도 더이상 직장을 다니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혼 3년차인 11년전 부터 시동생을 모시고 살았습니다.

소도시에 살던 시동생이 대학생이 되면서 우리집에서 같이 살게 된거죠.

시동생이 원룸을 얻어서 혼자 사는 것 보단 우리와 함께 사는 게 낫다고

제가 그리 하자고 먼져 얘기를 했습니다.

대학 사년과 백수로 지내던 1년정도,그리고 취직을 한 4년

군대에 간 2년 까지 합치면 꼭 11년이 됩니다.

 

군대에 가서도 한달이 멀다하고 휴가를 나와서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는 발길도 안하고 우리집에만 있다가 귀대를 했으니까요.

시동생이 대학을 다닐때 3번의 등록금을 우리가 내줬고

시부모님이 보내주는 용돈이 늘 모자라서 우리가 용돈도 줬습니다.

시동생을 모시고 살았지만 쌀 한톨 지원 받은 게 없구요.

 

취직을 해서도 어린날이나 생일날 조카들 양말 한짝 선물 받은 게 없습니다.

생활비는 물론 십원 한장 안받았구요.

맞벌이 하면서 애 키우고 살림 하면서 사는 것 힘들었지만

내동생이려니 하면서 시동생을 모시고 살았습니다.

 

시동생이 올가을 결혼을 한다 합니다.

그런데 모아둔 돈이 천만원 조금 넘는다고 합니다.

돈 벌어서 부모님 용돈은 커녕 조카들 과자 하나 안사주고 다쓰고는

모아둔 돈이 없다고 집값을 보태 달라고 합니다.

여자친구가 가진 돈이 삼천만원인데 자기는 남자니까 오천은 있어야 한다면서

아주버님네와 저희가 이천만원씩 보태줘야 한답니다.

 

아주버님네는 그정도 여유가 되는지 보태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희는 2년전 새아파트를 사서 입주를 하다보니

여유자금이 없습니다.

삼백만원 정도의 여유자금이 있는데 축의금조로 삼백정도 보태줄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시아버님이 전화를 하셔서는 동생 결혼 하는데 형이 되서

2천 정도는 보태줘야 한다고 말씀을 하시네요.

 

제가 그랬습니다.

시동생을 11년간 모시고 살았고 대학 등록금이며 용돈이며 썼는데

한푼도 안 보태 준 장남네와 같이 내는 것은 곤란하다.

집 산 거 때문에 여유자금이 없어서,빚을 내야하는데,빚을 내서 시동생 집값을 보태주고 싶지는 않다.

아버님이 형수는 어머니 대신이라고 하시면서,시동생이 결혼하면서 사글세방서 시작 하는게

마음이 편하냐고 노발대발을 하시대요.

그래도 보태 줄 여유 자금이 없다고 누차 말씀을 드렸죠.

 

그런데 남편이 그러더군요.

제 퇴직금 중간정산 받아서 보태주면 어떠냐구요.

20년간 근무를 했으니,퇴직금이 애법 될텐데,그거 정산 받아서 보태주자구요.

월세방서 시작해서 집 한칸 마련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겪어봐서 잘 알지 않냐구요.

전 싫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시댁에 뭐라고 말을 했는지,시부모님이 찾아 오셔서

퇴직금 중간정산에 대해서 말씀 하시면서 시동생도 동생인데 그렇게 해달라고 하시네요.

 

저희가 결혼 하고 1500만원짜리 반지하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 할때는

모른 척 하시더니 늦둥이 막내 아들 결혼 하는데 번듯한 전세 한 칸 없이 시작하면 안된다고 하시네요.

 

4년간 직장을 다녔는데 벌어 둔 돈이 천만원 뿐이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돈 벌어서 본인 용돈만 쓰고 살았는데 일년에 200만원 조금 넘게 모았다는 게 말이 안되죠.

그렇게 흥청망청 쓰고 살고선 이제와서 제 퇴직금을 정산해서 집값을 보태 달라니....

 

맞벌이를 하니까 한달 천만원은 버는지 아시는지....

전문대학 나온 아들이 벌면 얼마나 번다고 그런 착각을 하시는지....

전문대학 나온 며느리가 벌면 얼마를 번다고 생각을 하시는지....

가진 거 없이 시작해서 시동생 모시고 살면서 집 한칸이라도 마련 하려면

졸라매고 또 졸라매고 살아야 하는 걸 정말 모르시는지.....

 

퇴사를 했습니다.

다시 예전 직장 같은 직장은 다니지 못하겠죠.

돈 백만원 받는 경리 일자리도 찾기 어려울테죠.

그래서 정말 화가 납니다.

11년간 시동생도 동생이라고 여기면서 바라지를 해 줬더니 이제와서

퇴직금 중간정산 받아서 집값을 보태주라니....

 

저는 저사람들에게 뭘까요?

당신 아들들 바라지 해주고 거둬주는 그런 여자일까요?

보통의 시부모님이라면 맞벌이 하는 형수가 시동생 모시고 산다면

집안일이라도 도와주고,조카들이라도 봐주라고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명절이나 제 생일에 속옷 하나라도 사주고 감사 하라고 하는 게 정상 아니가요?

 

11년간 시동생 모시고 산 것 제 딴에는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고마워 하긴 커녕 이제까지 노력 한 건 수포로 돌아가고

집값 안보태주는 나쁜 며느리,나쁜 형수라고 하시네요.

퇴직금으로 시동생 짒값을 보태 줄 겁니다.

외벌이로 대출금 갚으면서 살아보면 후회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