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종교에 영향력 커 … 교회에선 소외돼 맞벌이 지쳐 봉사 주저, 어린이 부흥의 열쇠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합니다.”
서울 강서구 모 교회 김영희(가명·33) 집사는 요즘 교회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고 느낀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를 데리고 교회 이곳저곳에서 부르는 봉사에 응하다 보면 녹초가 돼 집에 들어가기 일쑤다.
▲ 맞벌이에 양육부담으로 인해 교회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30대 여집사들이 줄어들고 있다. |
김 집사가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맡고 있는 일은 유년부 교사와 성가대 봉사다. 하지만 식당 봉사, 청소 봉사 등 비공식적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봉사들이 30대 중후반 여집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여선교회 모임도 예배 외의 활동에 속한다.
비슷한 나이에 결혼한 다른 또래 집사들은 권사님들과 고참(?) 여집사들의 눈총에 못 이겨 교회 일에서 손을 뗐다. 주일예배만 드리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그들이 얄밉기도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나도 예배만 드리고 쉴까?’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맞벌이가 일상화된 지금. 김 집사는 주중에는 직장 일, 주말에는 교회 일에 매여 있다. 거기에 육아까지 하려니 버겁다. 교회 봉사도 좋지만 직장 일과 교회 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교회 내에서 소외된 또 하나의 계층이 있다면 바로 30대 후반의 여자 집사들이다.
# 30대 여성, 종교 영향력 막강
지난 2005년 한국 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한미준)이 한국갤럽 리서치와 함께 조사해 발표한 ‘한국교회 미래 리포트’에 따르면 ‘종교 인구 변화 추이’ 조사에서 7년 전에 비해 모든 종교 연령층이 증가했지만 개신교 30~39세만 1.7% 오차범위 이상 감소했다.
특히 한미준에서 ‘가구주 부인을 기준으로 한 종교 일치율’을 조사한 결과, 개신교 부인의 자녀와 일치 비율이 84.8%로 나타나 불교나 천주교 61.2%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가구주 부인이 개신교인일 경우 자녀의 종교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가족 간 종교 일치도 조사에서 아버지와의 일치보다 어머니와의 일치도가 더 높고, 남편보다 아내와의 종교 일치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여성, 특히 아이의 양육을 맡고 있는 30대 여집사들의 가족 내 종교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현 교회 최초 출석 시기’를 조사한 결과 결혼 후라고 응답한 비율이 51.6%로 나타났다. 결혼이 교회 이전과 선택에도 중요한 기준이며, 신앙생활의 분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가정 내에서, 결혼 이후 막강한 종교적 영향력을 지닌 30대 여자 집사들의 공식적인 통계는 찾기 어렵다. 다면 몇 가지 자료를 토대로 30대 여자 집사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추정은 해볼 수 있다.
# 성인 여성, 어린이 동반 감소
지난 2010년 한국기독교장로회 94회 총회에서 보고된 교인수 통계에 따르면 성인 여성과 어린이 감소세가 뚜렷했다.
전체 교인수가 2년 연속 1만 명씩 감소했으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장년 여성 교인이 142,232명에서 138,042명으로 4천 명 이상 줄어, 전체 감소 교인의 40%가량을 차지했다. 이와 함께 어린이 교인 수가 51,203명에서 46,790명으로 약 10%가량 줄어들었다.
저출산의 영향도 있겠지만, 어린이와 장년 여성 교인이 동시에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문제다. 어린이 교인 감소는 장년 여성 감소와 무관할 수 없다. 가족, 특히 어머니 종교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장 총회 총무 배태진 목사는 “어린이 교회학교와 청소년, 청년부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며 “활성화와 부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하지만 장년 여성 교인의 감소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들이 미래 교회 성장과 부흥의 뇌관이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에 비해 교회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기장 총회뿐만 아니라 예장통합, 예장합동, 감리교 등 다른 교단들도 총회에서 교인 수 통계를 발표하지만, 여성과 남성의 구분, 나이별 구분은 없다. 유년부와 청년대학생, 직분을 기준으로 통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 맞벌이, 양육 부담에 교회봉사 ‘머뭇’
사회는 갈수록 맞벌이를 선호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시가 부부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서울 부부의 자화상’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가정일에 관계없이 계속 취업해야 한다’고 답한 여성은 58.7%로, 10년 전에 비해 23%가량 증가했다. 같은 질문에 남성도 29.1%에서 53.3%로 늘어났다.
반면 가사분담은 여전히 부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 맞벌이 가구 중 23.1%는 여전히 부인이 전적으로 가사를 책임지고 있으며, 58.3%는 부인이 주도적으로 가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는 응답은 17.3%에 불과했다. 주말 여가시간도 남성이 1시간가량 많았으며, 특히 주말 가사노동시간은 여성이 3시간 6분으로, 남성 47분에 비해 세배 넘게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맞벌이’ 선호는 훨씬 높다.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 조사에 따르면 예비부부 93%가 ‘맞벌이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맞벌이를 안 하겠다’는 예비부부는 전체의 2%에 불과했다. 미혼남녀 직장인 대상 조사에서도 85.1%가 ‘맞벌이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맞벌이 인구 증가는 자녀 양육 부담 증가와 저출산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와 지자체는 맞벌이 가구의 양육 부담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놓고 있다. 맞벌이에 가사노동, 양육까지 책임지고 있는 30대 여성들에게 주말은 유일한 휴식의 기회가 되고 있다.
# 30대 여집사 위축, 대안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0대 여집사들이 교회 내에서 봉사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통계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교회 내에서 헌신적인 30대 여집사들을 찾기가 점점 쉽지 않다. 하지만 교회들은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나 대책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30대 여집사들의 위축은 교회 내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그치게 하고, 다음 세대 신앙 계승 동력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필요로 한다.
최근 한국 교회에서 주중에 비어 있는 교회 공간을 활용해 탁아소를 운영하는 교회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주말 어린이 학교를 운영하는 교회도 증가하고 있다. 그밖에 어린이 영어 예배나 도서관을 운영해 지역 어린이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도 한다. 이같은 노력은 30대 여집사들의 양육 부담을 줄이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문화사역을 통한 목회적 접근도 30, 40대 성도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모 교회는 스포츠, 음악회 등 문화사역을 통한 목회로 30대와 40대가 교인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세대의 증가는 주일학교의 부흥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부부학교 운영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부학교를 통해 신앙생활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하는 ‘결혼’에 대한 성경적인 가치관을 교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30대 중후반 집사들의 교회 생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구역모임 체계를 바꿔, 신혼부부들끼리 모이는 구역이나 또래별 구역모임을 활성화시켜 공감대를 서로 나누고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일학교 위기를 말하는 목회자들은 많다. 그러나 30대 여집사들의 빈 공간이 어린이 성도 감소의 중요한 원인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신뢰를 상실한 한국 교회. 이제 30대 여집사들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부흥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아이굿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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