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예화자료

제 정신이 아니다

안희환2 2011. 6. 11. 17:24

예수가 동성애자?
불온서적 <예수가 사랑한 남자> 출판 기념회
입력 : 2011년 06월 08일 (수) 20:36:52 [조회수 : 1842] 유연석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 <예수가 사랑한 남자> / 테오도르 W. 제닝스 지음 / 박성훈 옮김 / 동연 / 456쪽 / 1만 6,000원

"예수가 게이였다?" 만약 당신이 이 말을 듣는다면 무어라 할 것인가. 경박하다, 불경하다, 어찌 감히 신성한 예수님에게 그런 말을 하느냐며 따지지 않을까. 그런데 이 불경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 있다.

제목은 <예수가 사랑한 남자>. 미국에서는 2003년 출간된 이 책이 올해 한국에 번역되어 나왔다. 저자는 테드 제닝스(Theodore W. Jennings, Jr) 교수. 시카고신학교 교수이자 퀴어 신학(Queer Theology·동성애 신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예수가 게이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이 책은 바로 한 '제자'와 예수의 관계를 주목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제자'는 예수의 무릎과 품에 기대어 있었고(요 13:23, 21:20), 십자가 증인 중 유일한 남자였으며, 죽기 전 자신의 생모 마리아와 가족으로 연결된(요 19:25~26) 자다. 저자는 여기에 고대 사회의 동성애적 관습 등을 참조하여 연구하면 신약성서가 재현하는 예수의 모습에서 동성애자로서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한다.

▲ 테드 제닝스 교수. ⓒ뉴스앤조이 유연석

이외에도 다른 예수 전승을 언급하며 예수가 동성애자로 해석되는 가능성을 계속 제시한다. 하지만 예수가 "동성애자였다", "동성애자가 아니었다" 따위의 결론은 내지 않는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동성애를 죄악시해 왔던 전통적인 성서 해석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기 때문이다.

제닝스 교수는 동성애 혐오적이며 이성애 중심적인 교회의 (그리고 전반적인 서구 사회의) 입장이 성서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한다.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 전환자(LGBT) 등을 괴물로 만든 동성애 혐오증(호모포비아)은 교회가 만든 신화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LGBT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노예제와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고, 여자들의 완전한 성적 평등을 부인하는 등 차별의 도구로 사용된 성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예수가 사랑한 남자> 출판 기념회. ⓒ뉴스앤조이 유연석
테드 제닝스 교수를 초청한 출판 기념회가 6월 7일 오후 7시 서대문 한백교회(양미강 목사)에서 열렸다. 다음은 출판 기념회에서 축사와 서평을 담당했던 사람들의 말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성서는 억압·차별·착취 등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불의를 가장 큰 죄악이라고 했는데, 이와 달리 교회는 개인의 성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가장 큰 죄로 부각시켰다. 이렇게 하여 교회는 한편으로 부자·권력자·지배자 들의 죄악을 눈감아 줌으로써 그들과 한패가 될 수 있는 길을 터놓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에 대한 죄의식으로 교인들을 옭아매고 죄 사함이라는 미끼를 사용하여 그들을 마음대로 통제했다. - 김창락 소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제닝스 교수의 신학과 성서 읽기는 신학적 상상력을 넘어서 신학적 용기에서 나온 것이다. 신학적 용기는 이단, 즉 퀴어(이상한·괴상한·수상한 사람)의 눈으로 성서를 읽고 말하는 용기다. 예수를 따라 십자가를 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참으로 민중신학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 제닝스 교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서광선 박사 (이화여대 명예교수)


예수가 게이라는 것을 설득하도록 구성하지 않은 점이 매력적이다. 이 책은 '예수가 게이라 해도 그의 메시지 전반의 핵심 내용과 위배됨이 없다', 그리고 '오히려 예수가 게이인 것이 주변인들을 하나님의 시각으로 평등하게 바라보려는 그의 선교 사역의 수행성으로 더욱 적합하며 그의 전반적인 메시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여섯 구절밖에 안 되는 동성애 혐오적 텍스트를 가지고 씨름하기보다 복음서에 나타난 전반적인 예수 전승에 주목하고 있다. "싸움에 나선 개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으르렁거리는 바닥에 깔린 몇 개의 부스러기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무시하고, 대신 신약성서 서사라는 식탁 위에 차려진 만찬에만 집중하는 편을 선택했다"는 제닝스 교수의 말처럼 말이다. -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HK 연구교수)

이 책을 보며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라는 미국 소설이 생각났다. 침례교 한 교회에서 어떤 여인이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사탄의 자식'이라는 말을 들으며 쫓겨난다. 그 뒤 교회 목사는 공금 횡령 등의 문제로 좋지 않은 결말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어떤 것에 집중해서 공격하는 동안 더 큰 것을 못 보거나 침묵하는 우리를 이 책이 질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정혜윤 PD(CBS)